“핵폭탄 맞은듯”… 칠레 산불로 최소 112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5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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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각) 칠레 발파라이소주 비냐 델 마르 주민들이 산불에 타버린 집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2024.02.05. 비냐 델 마르=AP/뉴시스
4일(현지시각) 칠레 발파라이소주 비냐 델 마르 주민들이 산불에 타버린 집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2024.02.05. 비냐 델 마르=AP/뉴시스
2일부터 중남미 칠레를 강타한 화마로 4일 기준으로만 최소 112명이 숨졌다. 실종자 또한 수백 명에 달해 인명 피해가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당국은 화재 진압과 실종자 수색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화재가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국 발표, 현지 매체 보도 등에 따르면 2일 중부 발파라이소주(州)의 페뉴엘라 호수 인근에서 처음 신고된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전국 곳곳으로 번졌다. 3일 최대 풍속이 시속 60㎞를 기록할 정도로 강풍이 분 것 또한 화재 피해를 키웠다.

이로 인해 칠레 중남부에서만 6000채 이상의 가옥, 2만6000 헥타르(260㎢)의 땅이 불탔다.

대표적인 해안가 휴양 도시인 비냐델마르를 비롯해 킬푸에, 비야알레마나, 리마셰 등 중남부 대부분의 도시가 쑥대밭이 됐다. 공단이 많은 엘살토에서는 한 페인트 공장이 화염에 휩싸였다. 해당 공장 내부의 인화성 물질에 따른 폭발도 발생했다.

1931년 설립된 비냐델마르의 식물원도 화염으로 90% 이상 소실됐다. 이번 화재로 자신의 집도 잃고 이웃이 목숨을 잃는 것까지 지켜봐야 했다는 비냐델마르의 한 주민은 “화재라기보다 ‘핵폭탄’에 가깝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며 망연자실한 심경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525명의 사망자를 낸 2010년 강도 8.8의 대지진을 언급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2010년 참사 이후 가장 큰 비극”이라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엘니뇨(적도 부근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현상)’ 등 기후 변화가 원인일 가능성을 거론한다. UN 또한 2022년 기준 2030년까지 최대 14%, 2050년까지 최대 30%까지 대형 산불의 발생 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칠레 남부에서는 지난해 초에도 40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해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말 인근 콜롬비아에서도 한낮 기온이 40도까지 오르는 등의 폭염으로 1만7000 헥타르(170㎢) 이상의 숲이 파괴됐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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