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컴퓨팅 시대 연다”…애플 ‘비전프로’, 내달 2일 美 출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9일 15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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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현실 헤드셋 ‘비전프로’ 출시를 알린 애플. 애플 홈페이지
답답한 비행기 좌석. 한 여성이 고글처럼 생긴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쓰니 눈 앞에 커다란 화면이 등장하고 실감나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펼쳐진다. 주변 환경은 비행기가 아닌 노을이 지는 멋진 풍경이 된다.

이는 애플이 8일(현지 시간) 공개한 애플의 MR 헤드셋 ‘비전프로’ 사용 영상의 한 장면이다. 애플은 이날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매끄럽게 잇는 ‘공간 컴퓨팅’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며 다음달 2일 비전프로를 미국 시장에 본격 출시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사전 예약은 이달 19일부터 가능하다.

비전프로는 애플이 2015년 4월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이다. 개발 기간만 7년 이상 걸렸으며 1000여 명의 개발자가 투입됐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공간 컴퓨팅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비전프로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제품 중 가장 진보된 소비자 가전기기다. 이 혁신적이고 마법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우리가 연결하고, 만들고, 탐색하는 방식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프로’ 출시를 알린 애플. 애플 홈페이지
안경처럼 쓰는 컴퓨터인 MR 헤드셋은 이미 메타의 ‘퀘스트’를 비롯해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분야다. 이날 애플이 공개한 비전프로 가격은 당초 예고한 대로 256GB(기가바이트) 저장용량 기준 3499달러(약 460만 원)로 책정됐다. 이는 메타의 최신 MR 기기 ‘퀘스트3’ 가격(500달러)의 7배가 넘는 가격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 비전프로는 기존 MR 기기보다 고사양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서, 사용자 경험 인터페이스 탑재로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는 분석이다. 애플 비전프로는 iOS, iPadOS 등과 호환되는 ‘비전OS’를 기반으로 구동되며 양쪽 눈에 4K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각각 탑재해 눈의 피로를 낮췄다는 게 애플 측의 설명이다. 또 기존 1백만 개 앱을 비전프로에서 실행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별도의 컨트롤로 없이 눈과 손가락, 손목으로 앱을 선택하고 구동할 수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비전프로를 쓰고 화면의 눈으로 선택한 뒤 손가락으로 스크롤하거나 스크린을 키울 수 있다. 또 애플의 음성인식비서 ‘시리’로 앱을 실행할 수 있다. 애플은 특히 ‘공간 컴퓨팅’ 개념을 통해 거실이나 비행기좌석에서 영화나 게임, 추억속 여행 사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은 올들어 아이폰 15 판매 부진 전망과 애플워치 특허소송으로 악재를 맞고 있는 애플이 신제품 비전프로로 도약이 가능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2.42% 오르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애플도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행사인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두고 비전프로 출시일을 공개해 스포트라이트를 가져오려고 의도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주로 매년 6월과 9월 자체 개발자행사 등에서만 신제품을 공개하고 CES 등에 참석하지 않아 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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