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쟈니스, 이번엔 언론사 ‘블랙리스트’ 파문…정부에도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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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서 질문 받지 않을 기자 등 리스트 소지 발각
쟈니스, PR업체 탓…PR 업체 사과 "많은 매체 질문 받아"
日언론 집중 보도·정부에도 질문…관방 "정부는 리스트 없어"

창업자 겸 전 사장인 고(故) 쟈니 기타가와(ジャニ?喜多川·2019년 사망)의 성착취 문제로 향후 폐업 수순을 밟겠다고 한 일본 거대 엔터테이먼트 업체 ‘쟈니스(Johnny’s)‘가 이번엔 언론사 ’NG리스트‘ 파문에 휩싸였다. 기자회견 중 지명하지 않아야 할 언론사 블랙리스트를 소지했던 점이 발각됐다.

5일 현지 공영 NHK, 요미우리신문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쟈니스가 지난 2일 가진 기자회견 당시, 특정 기자·프리 저널리스트를 지명하지 않기 위한 ’NG 리스트‘를 가지고 있던 것이 4일 일부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기자의 이름, 사진 등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쟈니스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명을 ’스마일 업(SMILE-UP)‘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17일부터 적용된다.

쟈니스는 사명 변경 후, 쟈니 기타가와의 성착취 피해자에게 보상을 마치면 장래적으로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탤런트 매니지먼트 등을 실시하는 새로운 설립하겠다고 했다. 사명은 팬클럽 등을 통해 공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히가시야마 노리유키(東山紀之·57) 사장, 쟈니스 연습생 격인 ’쟈니스 주니어(Johnny‘s Jr.)’ 육성을 담당하는 쟈니스 아일랜드의 이노하라 요시히코(井ノ原快彦·47) 사장, 사측 변호사 2명 등이 참석했다. 언론사 기자 등은 약 300명이 자리했다. 사회는 전 NHK 아나운서인 마쓰모토 가즈야(松本和也)가 맡았다.

쟈니스는 기자회견에서 한 언론사당 1개의 질문만 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손을 든 기자들을 지명하는 형태로 회견이 진행됐으나, 지명 받지 못한 기자들이 반발하며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요미우리는 “지명되지 않은 기자가 이의를 제기해 분규하는 장면도 있었다”며 상황을 전했다.

그런데 당시 기자회견에서 쟈니스가 언론사 NG리스트를 지참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이에 쟈니스는 기자회견 운영을 맡았던 외국계 PR회사 ‘FTI 컨설팅’ 관계자가 NG 리스트를 지난달 30일 보여줬다고 지지통신 등에 인정했다. 다만 쟈니스는 “당사는 누군가 특정 사람을 지목하지 말아달라는 등 실례되는 부탁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FTI 컨설팅에게도 사과를 요구했다.

FTI 컨설팅은 5일 성명을 발표하고 “한정된 (기자회견) 장소 사용시간 내 회견의 원활한 운영 준비를 위해 당사가 작성하고, 운영 직원 간 공유한 것이다. 쟈니스는 작성, 운영 직원 공유 등을 포함해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FTI 컨설팅은 NG 리스트와 관계없이 당시 사회자 판단에 따라 “폭 넓은 매체 기자 여러분에게 질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회견에 참석한 기자 여러분, 회견을 보신 시청자 여러분, 쟈니스, 사회자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에게 많은 폐와 걱정을 끼쳐 마음으로부터 깊이 사죄한다”고 사과했다.

쟈니스의 FTI컨설팅의 해명에도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5일 오전 정례기자회견에서 쟈니스 NG리스트 사건과 관련, 관방장관과 총리 기자회견에서도 NG 리스트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나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기자회견에서는 특정 기자를 지명하지 않도록 한 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중하게 답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시간 제약이 있어 모든 (기자회견) 참석자를 지명하는 게 어려운 경우도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질문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쟈니스는 5일 본사 건물에 걸린 ‘쟈니스’ 간판을 철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본사 주변에는 소속 연예인 팬 등 수십여명이 멈춰 서 스마트폰으로 이를 촬영하기도 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쟈니스는 쟈니 기타가와가 1962년 설립한 엔터테이먼트 업체다. 직원수는 190여명으로 레코드 기업 등 13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국민그룹이었던 SMAP과 히카루겐지, 소년대, V6, Kinki Kids, 아라시 등 인기 남성 아이돌 그룹들을 양성한 거대 엔터테이먼트 기업이다.

2019년 7월 사망한 쟈니 기타자와(사망 당시 87세)의 성착취 문제 파문은 지난 3월 영국 BBC 다큐멘터리 ‘포식자: J팝의 비밀 스캔들(Predator: The Secret Scandal of J-Pop)’에서 시작됐다.

이후 올해 4월 12일 쟈니스 주니어 소속이었던 오카모토가 도쿄 외국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쟈니 기타자와에게 성 착취를 받은 사실을 밝히며,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따랐다. 유엔 인권이사회 ‘비즈니스와 인권’ 작업부회가 지난 7월 24일 일본을 방문해 상황을 살폈다.

인권이사회는 “(쟈니스) 사무소의 탤런트 수 백 명이 성적 착취·학대에 휘말린다는, 깊이 우려해야 할 의혹이 드러났다”고 조사 결과를 지난달 4일 밝혔다. 관련 보고서를 내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쟈니스는 결국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쟈니 기타가와의 성착취 문제를 인정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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