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앞지른 인기 때문?…러 매체 “프리고진 부패했다” 일제히 비난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7일 1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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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프리고진 영웅으로 묘사한 국영방송 태도 돌변
“영웅 이미지는 프리고진의 미디어제국이 만든 것” 주장
프리고진의 ‘궁전’ 압수수색 방영…‘서방의 첩자’로 매도

러시아 언론이 최근 반란을 일으켰던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용병그룹 대표를 일제히 매도하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와 폴리티코(POLITICO)에 따르면 러시아의 주요 TV 방송과 국영 매체들은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키기 전까지 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지난 5일부터 프리고진의 개인 비리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용병그룹은 몇 달 동안 수많은 병력을 잃는 치열한 전투 끝에 지난 5월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공로를 세웠다.

그러나 반란이 일어난 지난달 24일부터 바그너 그룹이 세운 공로에 대한 언급이 사라지고 국영 매체들이 바그너그룹을 정부의 지원을 받는데도 정부를 배신하는 부패한 단체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지난 5일에는 국영 로시야-1 방송의 대표적 시사 프로그램 “60분”에서 경찰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프리고진 저택을 압수 수색하는 장면을 내보냈고 친정부 언론인 에두아르드 페트로프가 나서서 경멸적 표현으로 프리고진을 깍아내렸다.

프로그램은 현금, 총기, 마약, 헬리콥터, 여러 장의 여권, 특히 각종 특이한 가발들로 가득한 벽장을 잇달아 보여줬다. “자, 정의의 투사가 어떻게 사는지 봅시다”라는 말로 소개를 시작한 페트로프는 프리고진이 “범죄 두목처럼 살았다”고 했고 프로그램 진행자 예프게니 포포프는 프리고진을 “반역자”라고 불렀다.

페트로프는 반란 수사가 “계속되고 있으며 멈춘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반란 혐의에 대해 사면을 받은 프리고진을 상대로 전쟁을 공개적으로 선포한 격이었다. 그러자 다음날 사면을 중재하고 프리고진의 피신처를 제공했던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며칠 전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있다고 밝힌 발언을 뒤집고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없다고 밝혔다.

페트로프는 “누가 어느 쪽에 섰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반란을 지지한 사람들은 처벌돼야 한다. 국민들은 정부에 반대한 사람들을 매우 가혹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뒤 이어 러시아 특수부대가 프리고진의 “둥지”라는 곳에 진입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페트로프는 “프리고진이 영웅이라는 이미지는 프리고진의 미디어 제국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시야-1 채널이 몇 주 전까지 프리고진을 영웅으로 묘사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페트로프는 “프리고진의 과거를 잊어선 안 된다. 그는 두 번 재판을 받은 범죄자”라고 강조하면서 “프리고진의 집에 고물줄로 묶은 현금다발이 담긴 상자가 널려 있다”느니 “부패한 범죄자 전사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궁전을 둘러보자. 바로 여기다. 그의 딸이 가끔 동영상을 찍은 곳이다. 딸이 항상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다”등의 발언을 했다.

마지막이 절정이었다. 기괴한 가발로 가득한 벽장을 공개한 것이다.

페트로프는 “이런”이라고 놀라워 하며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비밀이 가득하네! 집에서 왜 가발이 필요한 거지?”라고 반문했다.

페트로프가 “바그너그룹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발언하자 진행자 포포프가 끼어들어 “대부분은 영웅이다. 도시를 점령했고 신념에 따라 움직였다. 피로 자유를 샀다”며 맞장구를 쳤다.

포포프는 “프리고진은 반역자지만 바그너그룹 용사들 대부분은 조국을 지킨 영웅들이다. 그들 모두 속았다”고 강조했다.

페트로프가 “(프리고진이 나라에서 지원받은 돈이) 전사들, 바그너 영웅들에게 전달됐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압수수색 장면은 러시아 국영 매체들 여러 곳에 인용됐다.

5일 밤 로시야-1 TV는 다른 시사 프로그램에서 프리고진이 서방의 첩자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방영했다.

러시아 정치학자 에카테리나 슐만은 러시아 매체들의 프리고진 공격이 과거 야당 지도자들에 대한 비난 보도 선전과 유사하다면서 프리고진의 대중적 지지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평했다. 프리고진을 부패했다고 비판해 “러시아인들 다수가 실망하도록 자락을 깐다”는 것이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러시안 필드의 조사에 따르면 반란을 일으키기 전까지 프리고진의 인기가 오르고 있었으며 러시아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프리고진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반란 이후 인기가 급락해 29%로 줄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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