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건국75주년 앞두고 주말 수십만명 반정부 시위

  • 뉴시스
  • 입력 2023년 4월 23일 0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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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건국 75주년 기념일인 25일 행사를 앞두고 22일(현지시간) 전국에서 수 십만 명이 정부의 사법개혁안에 반대하는 주말 시위를 벌이며 네타냐후 내각의 사법부 훼손 정책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올 해 초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대규모 시위는 25일 건국 기념일을 앞두고 더욱 확대, 강화되었다. 이스라엘은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을 기념해서 해마다 국가적 단합을 강조하는 큰 행사를 거행해왔지만 이 번에는 건국 이후 사상 초유의 거센 반정부 시위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네타냐후 정부가 대법원의 판결을 국회 다수결로 간단히 뒤집을 수 있게 하는 등 사법부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개혁안을 밀어부치는 것이 사법부를 약화시키고 이스라엘의 삼권분립 훼손 등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공격이라고 여기고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가장 대규모로 시위가 계속되어 온 텔아비브 시에서 ‘유대여성 국가 위원회’의 셰일라 카츠 회장은 “이것은 정부의 이른바 사법개혁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반대시위이다. 모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서는 정치로부터 독립된 사법부의 신성한 권리가 보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AP통신에게 말했다.

건국 7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주말 텔아비브에서는 이스라엘군의 전몰자 유가족들까지 나와서 촛불 추모대회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든 깃발에는 “우리는 당신들이 목숨을 바친 이 나라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쓰여 있었다.

시위대는 75주년 축하 깃발과 함께 네타냐후의 얼굴 사진에 “범죄자 총리”( Crime Minister)란 글씨를 덧칠한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이번 시위는 이스라엘 전국 각지에서 일어났을 뿐 아니라 군대와 기업인, 공무원 , 노조원 등 각계 각층의 구성원들이 총 출동해서 거리에 나섰다. 예비군 지휘관들은 앞으로 국가의 소집에 불응하겠다고 밝혔고 노조들은 총 파업을 예고했다.

이스라엘 최대의 중요 동맹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도 네타냐후의 사법 개혁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그에게 “지금의 이 길을 계속해서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분노한 군중의 시위는 지난 한 달 동안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들의 경제를 거의 마비 시켰고 모든 활동이 중단되었다. 시위대는네타냐후가 타협안을 찾기 위해서 사법개혁의 강제 추진을 일시 중단했는데도 이를 아예 폐기하라며 시위를 계속했다.

야당지도자 야이르 라피드는 22일 텔 아비브 부근의 호드 하샤론에서 열린 군중 집회에서 연설하면서 “ 여러분이 거리 시위에 나서기 이전에, 재난은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네타냐후 정부를 비난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는 물밀 듯이 행진을 계속하며 네타냐후의 사법개혁에 대해 반대 구호를 외치고 완전한 폐기를 요구했다.

네타냐후의 사법 개혁은 그가 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중에 발표되었다는 점, 역사상 최악의 극우파 내각의 정부가 법관 임명권을 장악하고 대법원 판결을 여당 일색의 국회가 번복 시킬 수 있게 한 점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텔아비브( 이스라엘)=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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