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비트코인 가격이 7만1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5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에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2026.02.05.
가상자산 비트코인 가격이 18일 오전 8시(한국 시간) 기준 6만7510달러를 기록했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초 폭락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한화 1억 원대에서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심리적 저항선인 7만 달러 고지는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6일(미 동부시간 기준) 12만621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급락한 상태다.
비트코인 가격의 현재 추세는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안전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친(親)가상자산 정책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상승분은 모두 반납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에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와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매수’ 버튼을 눌러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살펴봤다.
● “가상자산의 종말” 경고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이달의 가격 하락은 말 그대로 ‘악몽’이었다. 인공지능(AI) 거품 우려로 촉발된 기술주 매도세와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 후보자가 통화 긴축에 나설 수 있단 시장의 우려 등이 겹치면서 폭락이 다시 찾아온 것. 미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 시간) “가상자산 업계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침체기인 이른바 ‘크립토 윈터(가상자산의 겨울)’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의 추락에 가상자 비관론자들은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는 3일(현지 시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종말’을 경고했다. 그는 이날 국제 오피니언 플랫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쓴 기고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최근 가격 급락은 이 가짜 자산의 극심한 변동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고 강조했다.
루비니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속대로 가상자산 규제 대부분을 폐지했고 지니어스(GENIUS)법에 서명했지만 지난 1년간 지정학적 위기에서 금값이 60%나 오를 때 비트코인 가치는 연간 6% 하락했다”며 “비트코인은 헤지(위험 회피)가 아닌 위험을 증폭시킨 수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지니어스법은 가상자산 발행 시 현금이나 국채 등 담보 자산을 일대일 비율로 예치하도록 규정한 조치다. 가상자산 활성화를 위한 법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도 12일(현지 시간) 비트코인 가격 전망치를 낮춰 잡은 지 석 달도 채 안 돼 다시 하향 조정했다. 비트코인이 본격 반등하기 전 5만 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한화로 7200만 원 수준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비트코인의 2026년 말 목표치를 30만 달러로 제시했다가 지난해 12월 절반 수준인 15만 달러로 낮췄고, 이번에 다시 5만 달러 더 내려 잡았다.
제프리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 디지털자산부문 리서치 글로벌 총괄은 이날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향후 몇 달 안에 추가적인 가격 ‘투매(capitulation·무조건적 항복)’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켄드릭 총괄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에서의 자금 유출과 거시경제 환경 약화를 주요한 악재로 들었다.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의 발언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이 6만 달러 이하로 하락할 경우, 레버리지 기반으로 자산을 확대한 가상자산 재무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취약해지며 연쇄적으로 금융 시장에 위기를 불러오는 ‘죽음의 소용돌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 “늦어도 4월 안에 분위기 반전” 주장도
하락장과 맞물려 비트코인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지만 약세 흐름이 사실상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월가의 대표적 가상자산 강세론자로 꼽히는 톰 리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공동 창업자는 15일(현지 시간) 가상자 전문 매체 디크립트와의 인터뷰에서 “크립토 윈터가 이미 종료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늦어도 4월 안에는 분위기 반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리 창업자는 특히 주요 지지선을 일시적으로 이탈하는 ‘언더컷’이 발생한 뒤 바닥이 확인되면 비트코인 강세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최근 가격 흐름과 관련해 한 차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지만 마지막 흔들림 이후에는 견고한 저점이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2013년과 2017년 강세장 이후 70%를 웃도는 급락과 함께 유사한 조정기가 뒤따랐다. 이른바 ‘4년 주기설’이 이번에도 되풀이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져 있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도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AI 기술 발전으로 인한 급속한 디플레이션에도 대비할 수 있는 자산”이라며 자산 보호 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그의 회사는 최근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식에 약 1520만 달러(약 219억 원)를 투자했다.
16일(현지 시간) 블록체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우드 CEO는 최근 비트코인 투자 주간 행사에서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탈중앙화 자산으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모두에 대한 안전자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AI 기술이 촉발할 생산성 혁신이 기존 금융 시스템을 압박할 때, 비트코인이 자산 보호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의 비트코인 폭락은 다시 매수할 기회”라는 주장도 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에서 AI 및 블록체인 투자사로 변신한 비트퓨리의 발 바빌로프 창업주 겸 회장은 11일(현지 시간) 왓츠앱 메시지를 통해 “우리에게 비트코인 하락은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낮은 가격에서 물량을 확보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바빌로프의 자산은 약 11억 달러(약 1조6000억 원)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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