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명 사망’ 이민자 수용소 화재… 멕시코 “관계자 8명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0일 2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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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접경지에 있는 멕시코 이민자 수용소에서 불이 나 철창 안에 있던 중남미 이민자 최소 39명이 숨졌다. 화재 당시 수용소 관리자가 탈출구를 폐쇄한 채 대피해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 정부는 수용소 관계자 8명에게 살인 등의 혐의로 체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7일(현지 시간) 오후 9시 30분경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와 인접한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 시우다드후아레스 이민자 수용소에서 불이 났다. 사고 당시 수용소에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베네수엘라,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중남미 출신의 이민자 66명이 수용돼있었다.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 멕시코 국경으로 왔다가 수용소로 옮겨진 이들이었다. 이들 중 일부가 본국으로 추방되는 것에 불만을 품고 매트리스 등에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이민청 내에 수용됐던 39명이 숨졌으며 나머지도 중상을 입었다.

수용소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쇠창살 안에 갇힌 이민자들이 밖으로 꺼내달라며 창살을 발로 차는 와중에 수용소 직원들이 현장을 벗어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수용소 관리자가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를 폐쇄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용소 건물에 남편이 있었다는 한 베네수엘라 여성은 CNN에 “사방에서 연기가 나고 모두가 빠져나오는 것을 봤지만 (수용소 측이)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 뒀다. 직원들은 문을 열지 않았다”며 “남편은 온몸에 물을 뿌려 목숨을 건졌지만 호흡기에 중상을 입었다”고 했다. 특히 이민자 수용소의 보안을 사설업체가 일부 담당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민청의 무책임한 관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당시 CCTV 등 관련 영상을 봤다”며 “우리는 범죄를 조작하거나 누군가를 고문하는 식의 권위주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숨기지 않고 다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수용소 관계자들을 살인,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로사 이셀라 로드리게스 멕시코 안보장관은 “검찰이 연방요원 2명과 이민청 직원 1명, 사설경비요원 5명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며 이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참사가 발생한 시우다드후아레스는 미국행 이민자들이 모이는 국경 도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불법 이민자를 심사 없이 즉시 추방할 수 있도록 한 ‘타이틀42’ 정책을 바이든 행정부가 완화할 것을 기대하며 이민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 이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윤다빈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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