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 폐기한 美, 이번엔 ‘임신중절약’ 판매 공방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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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반대 공화성향 20개州 압박에
대형 藥체인 월그린 판매금지 조치
“월그린과 모든 사업 관계 끊겠다”
캘리포니아 뉴섬 주지사 강한 비판

미국의 낙태권 논쟁이 임신 중절약(낙태약) 판매 금지를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주 정부마다 낙태 찬반으로 갈려 각각 낙태약 판매 약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낙태약 판매 승인권을 갖고 있는 미 식품의약국(FDA)에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는 CVS와 더불어 미국의 양대 대형 약국 체인인 월그린을 상대로 엄포를 놨다. 그는 6일 트위터에 “우리는 월그린과 모든 사업 관계를 끊겠다. 우리는 끝냈다(We’re done)”고 밝혔다. 월그린이 낙태를 반대하는 공화당의 압박에 못 이겨 공화당 성향의 20개 주에서 임신 중절약 ‘미페프리스톤’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히자 이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미페프리스톤은 엄격하게 관리돼 오던 약이다. 처방전을 받아 병원이나 일부 지정 약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다. FDA는 올 1월 규제를 일부 완화해 처방전이 있으면 월그린이나 CVS와 같은 체인 약국에서도 이 약을 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미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무효화한 뒤 13개 주에서 낙태를 금지시키자 이뤄진 후속 조치다.

그러자 낙태에 반대하는 텍사스, 플로리다, 유타 등 공화당 성향 20개 주 법무장관들이 월그린과 CVS에 낙태약을 판매하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동 서한을 보냈다. 이에 월그린이 이 20개 주에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히자 낙태권을 지지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월그린에 해당 방침을 철회하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FDA 역시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낙태 반대론자와 찬성론자 양쪽에서 소송을 당한 상태다. 지난해 말 ‘낙태 반대’ 의사들은 텍사스 연방법원에 FDA가 20년 전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의 판매를 승인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승인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낙태 찬성’ 12개 주의 민주당 소속 법무장관들은 지난달 워싱턴 연방법원에 “FDA가 낙태약 규제를 모두 풀어야 한다”며 소장을 냈다. 텍사스 법원이 FDA의 미페프리스톤 승인을 취소하라고 결정한다면 대법원 판결 전까지 미 전역에서 이 낙태약 판매가 금지돼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낙태권 폐기#임신중절약#미페프리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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