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과 거래한 中기업 5곳 제재… 北도발 묵인하는 中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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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직접 애니 제작 지시한 기관
금융거래 도와준 中 국영기업 등
‘세컨더리 보이콧’ 본격 조치 나서
티베트 인권침해도 무더기 제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9일(현지 시간)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국영기업을 포함한 중국 기업 5곳을 추가 제재했다. 제재 리스트에 올린 북한 기관에 자금을 보냈다며 중국에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가한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막을 책임이 있다는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에 반대하자 미국이 직접 중국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美, 北 거래 도운 中 기업 제재로 압박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9일(현지 시간)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인권유린 혐의가 있는 개인 35명과 11개 기업 및 단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을 앞두고 무더기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 제재 명단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미국 비자 발급 제한 조치가 취해진다.

특히 미 재무부는 북한의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SEK)와 관련된 미국의 대북 제재를 위반한 중국 기업 5곳과 인도 기업 2곳 등 7개 기업을 제재했다. SEK는 애니메이션 제작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4년 직접 방문해 애니메이션 ‘소년장수’ 제작을 지시한 기관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북한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의 해외 취업을 알선한 혐의로 SEK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당시 이 기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이나 개인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재무부는 중국 푸젠 나난 수출입공사, 취안저우 이양진 트레이드, 옌청 스리라인원포인트 애니메이션 등 중국 회사 3곳과 에버래스팅 엠파이어, 톈팡 홀딩스 등 홍콩 회사 2곳이 SEK를 대신해 미지급 자금을 받는 등 금융 거래를 도왔다고 지적했다. 대북 제재에 따라 현지 기업 등으로부터 애니메이션 하청 계약 자금을 받지 못하게 된 SEK가 중국 기업들을 통해 이 자금을 넘겨받았다는 것. 푸젠 나나 수출입공사는 중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은 국영기업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들을 제재한 것은 중국의 대북 제재 회피 지원을 묵과할 수 없다며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부는 또 북-중, 북-러 국경 경비를 담당하는 국경경비총국도 탈북을 시도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재무부는 “국경경비총국을 포함한 국가 안보기관들은 지뢰 매설과 조준 사격 등 엄격한 국경 통제로 (북한인들의) 탈출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 북한 탈출을 특히 위험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中 티베트 인권침해-불법조업도 무더기 제재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과 원양어선 내 인권침해 등에 대해서도 무더기 제재를 단행했다. 재무부는 우잉제 전 티베트자치구 당 서기와 장훙보 티베트 공안부장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재무부는 “중국은 수십 년간 ‘사회안정작업’ 프로그램이라는 미명 아래 티베트인들의 종교 자유를 제한하고 자의적 구금과 초법적 살인, 신체적 학대 등 인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관련 중국 기업과 기관을 대대적으로 제재한 데 이어 올해는 티베트 인권 침해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 고위 당국자를 제재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다롄오션피싱(DOF)과 핑탄마린엔터프라이즈(PME) 및 이들 기업의 8개 계열사, 소속 선박 157척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중국이 남태평양, 남중국해 등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선 가운데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불법조업 추적·대응에 합의하는 등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바이든#대북 제재#중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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