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돈바스 장악 임박…전쟁 장기화 조짐에 ‘러와 협상론’도 솔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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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軍, 돈바스 거점도시 속속 점령…젤렌스키는 “크림반도 해방” 첫 언급
전쟁지속-협상 놓고 서방 균열 조짐…NYT “佛-獨-伊 정상, 협상 촉구할듯”
고유가 힘입은 러, 서방제재 버텨…주요국 증시 급락에도 4.6% 올라

러, ‘우크라 최후 거점’ 마리우폴 제철소 모습 공개 러시아 국방부가 13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요충지 마리우폴 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의 모습을 서방 언론에 공개했다.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 제철소를 최후의 거점으로 삼아 항전하던 
우크라이나군 2500여 명은 지난달 16일 항복했다.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은 물론이고 동부 돈바스 루한스크주의 거점 도시 
세베로도네츠크 또한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리우폴=AP 뉴시스
러, ‘우크라 최후 거점’ 마리우폴 제철소 모습 공개 러시아 국방부가 13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요충지 마리우폴 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의 모습을 서방 언론에 공개했다.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 제철소를 최후의 거점으로 삼아 항전하던 우크라이나군 2500여 명은 지난달 16일 항복했다.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은 물론이고 동부 돈바스 루한스크주의 거점 도시 세베로도네츠크 또한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리우폴=AP 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거점도시 세베로도네츠크의 80%를 차지했다. 세베로도네츠크가 속한 루한스크주는 물론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가 장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돈바스 해방’을 침공의 주요 목표로 제시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호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세베로도네츠크는 폴란드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들어온 서방 무기가 돈바스 곳곳으로 배포되는 요충지다.

특히 인플레이션 위협 등으로 13일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급락했음에도 이날 러시아 증시는 4.6% 올랐고 루블 가치도 상승했다. 고유가의 수혜를 입은 경제 덕택으로 푸틴 정권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장기화할 기반 또한 마련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에서도 “러시아와 협상하라”는 현실론이 나오고 있다.
○ 러, 돈바스 장악 임박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14일 AP통신에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의 80%를 차지했다. 도시로 이어지는 다리 3개를 모두 파괴했다”고 밝혔다. 현재 세베로도네츠크에는 약 1만2000명의 시민이 있으며 이 중 500명 이상이 아조트 화학공장에 피신한 상태다. 러시아군은 이 공장에도 집중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러시아군은 13, 14일 양일간 무차별 폭격을 가해 세베로도네츠크는 물론 이웃 도네츠크주의 요충지 리시찬스크를 전면 포위한 상태다. 특히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를 잇는 강에 설치된 교량 3개를 다 파괴해 민간인이 다른 지역으로 대피할 통로를 차단했다.

독일 dpa통신은 러시아가 돈바스를 장악하면 돈바스 내 친러 주민 보호 및 나치 세력 축출을 전쟁 명분으로 내세운 푸틴 대통령의 목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3일 동영상 연설을 통해 서방의 추가 지원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를 거론하며 “크림반도를 해방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크림반도 수복을 전쟁 목표라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 러 경제는 나 홀로 호황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내에서도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 우크라이나 못지않게 러시아 위협에 시달리는 폴란드, 발트 3국 등은 전쟁을 지속하자는 입장인 반면 독일, 프랑스 등은 고유가와 식량난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서방이 러시아에 굴욕감을 주거나 복수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며 협상을 촉구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3개국 정상이 이달 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러시아와의 협상을 촉구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서방의 대대적인 경제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가 고유가에 힘입어 잘 버티고 있다는 점도 곳곳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13일 러시아 RTS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6% 올라 이날 3, 4%대씩 급락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 증시와 대조를 보였다. 루블 가치 또한 달러당 57루블대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달러당 140루블대로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가치가 큰 폭 상승했다.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제한했음에도 우크라이나 침공 후 100일간 러시아는 화석연료 수출로만 약 930억 유로(약 125조 원)를 벌어들였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간 경상수지 흑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 275억 달러보다 3배 이상 늘어난 958억 달러를 기록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우크라사태#돈바스#협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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