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韓무인기 침범”… 李 “중대범죄, 엄정 수사”
北 “작년 9월-이달 4일 두차례 침범”… 정부, 4시간뒤 “軍 아닌 민간 가능성”
李 “군경 합동팀 구성해 수사” 지시… 김여정 “누구든 책임” 비난 수위 높여
李 평화구상 차단-남남갈등 노림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1일 “명백한 것은 한국발(發) 무인기가 우리 국가의 영공을 침범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라며 “민간 단체나 개인 소행이라 해도 국가안보 주체인 당국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민간 무인기의 월경(越境) 가능성을 밝히며 엄정한 수사와 처벌 방침을 밝혔지만 이재명 정부를 비난하며 보복을 위협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한국 국방부가) 우리를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데 대해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싶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북한은 전날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올 1월 4일과 지난해 9월 27일 한국에서 출발한 무인기가 개성시와 황해북도 평산군 상공 등을 비행하다 북한군 공격으로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성명이 나온 지 약 4시간 만에 군 작전 가능성을 부인하며 “민간에서 무인기를 운영했을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도 이날 오후 9시경 민간단체가 무인기를 보냈을 가능성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군경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신속 엄정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일반이적죄 적용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윤가(윤석열 전 대통령)가 저질렀든 리가(이재명 대통령)가 저질렀든 꼭 같이 신성불가침의 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며 “무인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민간 소행으로 발뺌하고, 주권 침해가 아니라는 논리를 편다면 (북한) 민간단체가 날리는 수많은 비행 물체들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2022년 무인기 5대를 대통령실 인근으로 침투시키고도 사과하지 않았던 북한이 민간 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무인기의 월경을 두고 적반하장식 보복 위협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의 명분을 쌓으면서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긴장 조성의 원인은 한국에 있다는 주장으로 정부의 평화구상을 차단하고 중국에 대한 협력 요청의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남남 갈등이 발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北 적반하장 드론 시비] 李 방중 마치고 오자 “드론 침범”… 정부 “자극할 의도 없다” 입장에도 北, ‘불량배’ ‘쓰레기집단’ 막말 “당대회 앞두고 對南 압박” 분석… 대북 대응 남남갈등 유도 노림수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우리 군의 무인기 침투를 주장하며 10일 공개한 사진(위쪽 사진).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무인기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한 가운데 노동신문은 추락한 무인기의 잔해 사진도 보도했다(아래 사진).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10일 인민군 총참모부 성명으로 한국 무인기가 북한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내면서 이틀 연속 대남 강공에 나섰다. 김 부부장은 “서울의 현 당국자들은 이전 ‘윤망나니’ 정권이 저지른 평양 무인기 침입 사건을 남의 일을 평하듯 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를 ‘평양 드론 침투 작전’을 편 윤석열 정부와 비교하며 날 선 비난을 쏟아낸 것. 이 대통령이 중국에 남북 소통 재개를 위한 중재를 요청한 가운데 북한이 제9차 당 대회를 통해 법제화를 예고한 ‘적대적 두 국가’ 정책 등 대(對)남 강경 조치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김여정까지 나서 “불량배”, “쓰레기 집단” 막말 담화
무인기가 개성역 일대를 촬영한 자료라며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한 사진. 조선중앙TV 캡처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0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된 성명에서 한국에서 출발한 무인기가 북한 개성과 황해도 상공을 비행하다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무인기의 비행경로와 추락한 무인기의 잔해물 및 무인기가 촬영한 개성공단 등 북한 시설물 사진 등 사진 20여 장을 공개했다.
북한군의 성명에 국방부는 “우리 군이 북한이 주장하는 일자에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고 즉각 부인한 데 이어 민간단체가 날린 무인기일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대남관계를 총괄하는 김 부부장은 다음 날인 11일 노동신문에 담화를 내고 “한국 국방부가 우리에게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데 대하여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며 “우리에 대하여 도발을 선택한다면 그로부터 초래되는 끔찍한 사태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윤가(윤석열 정부)가 저질렀든 리가(이재명 정부)가 저질렀든 우리에게 있어서는 꼭같이 신성불가침의 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며 “우리 공화국의 남부국경을 침범한 무인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을 향해 ‘불량배’, ‘쓰레기 집단’ 등 막말을 쏟아내며 “한국 당국이 민간단체의 소행으로 발뺌하려 든다면 공화국 영내에서 민간단체들이 날리는 수많은 비행물체들의 출현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 ‘긴장 고조’ 책임 전가… 비행금지구역 복원 노렸나
북한이 무인기 침투를 두고 대대적인 비방전에 나선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북 유화 조치를 기만으로 몰아붙이며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겉으로는 평화를 얘기하면서 뒤에선 무인기를 방치했다며 긴장 조성의 원인은 한국에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할 근거가 될 수 있다”며 “9차 당 대회를 앞두고 무인기 문제는 한국을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는 소재”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한 만큼 정부의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졌고 한국 내 여론이 분화돼 ‘남남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 정부의 평화공존 시도를 ‘기만’으로 몰아세우려는 의도”라며 “‘한국이라는 불량배, 쓰레기 집단’이라는 표현을 통해 남북 관계를 하나의 민족이 아닌 적대적 타국 관계로 규정하는 입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6월 효력이 전면 정지된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공중 전력 수준은 여전히 열악해 한미 공중 전력의 접경지역 활동에 극도로 민감해한다”며 “남북 대화 없이도 9·19 남북군사합의의 접경지역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위해 무인기 사건을 들고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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