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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EU, 러 원유 수입금지 착수… 한국 물가상승에 기름 부을 듯

입력 2022-06-01 03:00업데이트 2022-06-0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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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연내 90% 감축”… 유가 급등
러, 네덜란드 가스공급 중단 맞불
지난달 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가 금수 조치에 반대해 이날 송유관을 통한 공급까지 포함하는 완전 금수 합의는 불발됐다. 브뤼셀=AP 뉴시스
유럽연합(EU)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즉각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EU가 수입하는 러시아 원유의 약 67%에 달하는 양이다. EU는 33%를 차지하는 송유관을 통한 육로 수입도 단계적으로 축소해 러시아 원유 수입량을 올해 말까지 9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31일 국제유가가 2개월 만에 장중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물가 잡기에 나선 우리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U 행정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브뤼셀에서 개최한 EU 정상회의 뒤 “유조선 등을 통한 해상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원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등이 완전 금수를 반대해 육로 수입은 일단 허용한다.

러시아가 31일 네덜란드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과 러시아 간 에너지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31일 한때 124달러에 육박했다. 이날 한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L당 2012.33원, 2008원으로 상승세가 계속됐다.

EU, 러 원유 금수로 에너지 전쟁… 국제유가 120달러 돌파
전체 67%인 해상 수입 바로 막기로… 러에 연간 100억달러 타격 줄듯
헝가리 등 반발에 육로 수입은 유지 “파괴력 최대” “한계 드러내” 엇갈려
유가 뛰며 글로벌 인플레 압박 심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무기를 구입하는 막대한 돈줄에 제약을 가할 수 있게 됐다. 중요한 진전이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달 30일 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 가운데 약 67%에 달하는 해상 수입을 즉각 금지하기로 결정한 후 트위터에 올린 일성이다.

블룸버그통신은 EU의 금수 조치에 따라 러시아가 연간 약 100억 달러(약 12조 원)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헝가리 등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회원국들의 반대에 부딪힌 EU는 33%를 차지하는 송유관을 통한 육로 수입은 허용했다. 향후 완전 금수 조치 여부를 둘러싼 EU 회원국 간 갈등을 예고한 셈이다.

러시아는 31일 네덜란드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해 맞불을 놓았다. 유럽-러시아 간 에너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장중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다. 유럽의 대체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아시아 지역 천연가스 값이 급등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동월 대비 8.1%로 역대 최고치였다.
○ EU 회원국 이견에 완전 금수는 보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일, 폴란드 등이 올해 말까지 송유관 수입을 줄이면 제재에 포함되지 않는 육로 수입량은 헝가리, 슬로바키아가 수입하는 10∼11%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수입량을 약 90% 줄인다는 것.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원유 수입 중 러시아산이 차지한 비중은 24.7%에 달했다. EU는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구매자다. CNN은 “이번 조치가 100% 수입 차단은 아니더라도 EU가 시행한 러시아 제재 중 파괴력이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드루즈바 송유관을 이용한 육로 수입은 일단 유지하기로 해 한계도 드러냈다.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등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드루즈바 송유관은 러시아에서 폴란드 등을 거쳐 독일까지 이어지는 4000km 길이의 세계 최장 송유관이다.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각각 65, 87, 96%에 달하는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는 당장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 경제적 타격이 크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금수 조치는 우리에겐 핵폭탄이다. 준비에 5년 이상 필요하다”며 금수를 반대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 전 35%에 달했던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를 12%까지 낮춘 독일, 중동 원유 수입으로 대체 전략을 세운 이탈리아 등 서유럽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BBC는 “EU 회원국 간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연말까지 원유 수입량을 90% 줄이겠다는 EU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제재가 약해지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 한국 휘발유·경유 가격 가파른 상승세

그럼에도 금수 조치로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셸 상임의장은 “유럽 전역에서 이미 높은 휘발유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러시아는 EU 제재에 맞서 천연가스 공급 중단을 확대하고 있다.

31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24달러에 육박했다. 120달러를 넘어선 것은 3월 말 이후 2개월 만이다. L당 2000원대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국내 휘발유 가격도 이날 2012.33원을 기록해 경유 가격(2008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경유 수급 차질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값보다 올랐다가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재역전한 것. 유럽이 원유 금수 조치에 앞서 대체 에너지를 찾으면서 아시아의 천연가스 현물가격(지난달 27일 기준)도 지난해 대비 114% 오른 100만 BTU(열량 단위)당 22달러로 치솟았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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