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만든 민항기 과연 성공할까?[떴다떴다 변비행]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3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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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첫 중대형 민간 항공기인 C919가 올해 안에 중국 항공사에 첫 인도가 될 예정입니다. C919가 상업 운항을 시작하면 중국의 항공 굴기(崛起)는 한 단계 더 도약을 하게 되는 것이죠.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처럼 민간 항공기를 만들고 띄울 수 있는 나라가 된 겁니다.

C919는 중대형 항공기입니다. 항속거리는 약 4000~5000㎞, 최대이륙중량은 약 70t, 좌석수는 168석 안팎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많이 쓰고 있는 에어버스 A320, 보잉 B737 시리즈 등과 견줄 수 있는 스펙입니다. C919는 여전히 시범운행을 통해 감항성 및 안전 등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C919는 예정대로였다면 지난해 이미 인도를 했어야 하는데요, 코로나 상황 등이 겹치면서 예정된 인도 계획 보다는 다소 늦어졌습니다.

2010년 처음 C919 계획과 콘셉트 모델이 등장했을 때 중국 내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자국에서 만든 항공기라는 의미 때문인지 1000대가 넘는 주문 계약이 이뤄졌다는 말도 있습니다. 최근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800여 대의 주문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확정된 주문은 100여 대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C919가 과연 몇 대나 팔릴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과연 C919는 에어버스와 보잉이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항공기 시장에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C919를 중심으로 한 중국 항공 굴기의 희망과 한계, 시사점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중국 내수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

C919의 성공과 중국 항공기 제작 산업의 부흥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 배경으로 중국의 내수 시장에 집중합니다. 즉, 중국 내부에서만 C919를 돌려도 충분히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에, 판매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현재까지 C919 주문을 한 곳은 중국 항공사들과 중국 공기업 및 은행 등 중국 기업이 대부분입니다. 첫 번째 인도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항공사도 중국의 동방항공입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만 장기적으로 수 백~ 수천 대가 팔릴 것이기에 보잉과 에어버스의 중국내 판매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겁니다.

중국 내부에서는 중국 C919에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안전성 문제도 ‘든든한 내수’ 덕분에 언젠간 해결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항공기가 운항을 하려면 운항을 하려는 국가의 감항성(항공기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능력)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C919는 중국에선 감항성을 인정 받았기 때문에 중국 내부 운항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의 항공당국으로부터는 감항성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안전하다는 증명을 받지 못 했으니, 미국과 유럽의 영공에는 C919가 다닐 수 없습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에서 안전성을 담보 받아야만 자국 영공 진입을 허락하겠다고 하는 국가들의 하늘길에도 C919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도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한 제작 경험과 안전에 대한 평판을 쌓으면 해결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C919 낙관론입니다. 해외 수출 없이 중국 내수 시장만으로도 중국 민항기 제작 산업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C919, 중국산으로 봐야해?

C919는 정말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일까요? 중국 주도로 만들어진건 맞지만 C919의 부품과 기술을 뜯어보면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됩니다.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2020년 말 기준으로 90여개의 C919 주요 부품에 대한 공급처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주요 부품의 60%가 미국산이었고 약 30%가 유럽에서 건너온 부품들이었습니다. 중국 기술로 만들어진 부품은 15%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C919를 중국 비행기라 부르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부품 의존도는 중국에게 치명적인 약점이자 한계로 작용될 수 밖에 없습니다. 먼저 부품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건 제작 비용을 절감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신생 항공기인 C919가 글로벌 시장에서 잘 팔리려면 보잉과 에어버스 항공기보다 무언가 하나는 뛰어나야 합니다. 비교 우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죠. 새 상품이 시장에서 가장 쉽게 내놓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바로 ‘가격’입니다. 그런데 해외 부품 의존도가 높으면 항공기 가격을 낮추기 매우 어렵습니다. 중국 정부 지원으로 항공기 가격을 낮출 수는 있지만 수십년을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보조금 지원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죠.

또한 부품 의존도가 높다는 건 통상 마찰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미국과 유럽이 마음만 먹으면 국가 안보나 자국 산업 보호 등의 이유로 C919에 들어가는 부품과 기술 수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일이 일어날 뻔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C919 엔진은 미국과 프랑스 합작사인 CFM 인터내셔널의 LEAP 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으로의 엔진 기술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수년 간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서 이뤄낸 민항기 프로젝트가 미국과 유럽의 한 마디에 좌초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중국 내부에서는 “궁극적으로 중국 기술이 없다면 중국 민항기 제작 산업은 미국과 유럽의 눈치를 영원히 보면서 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장기적으로 엔진을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엔진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하지만 비행기 엔진 개발은 보통일이 아닐뿐더러, 중국산 엔진을 장착하면 오히려 중국 항공기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겐 ‘꽃놀이 패’?

항공업계에서는 중국 항공 굴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입니다. 미국과 유럽 입장을 보겠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겉으로는 C919를 앞 세운 중국 항공 산업 발전에 대해 긴장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보잉과 유럽은 17년간 이어오던 ‘보조금 분쟁’에 대해 극적 합의를 했습니다. 양측은 오랜 기간 서로를 향해 “WTO 협정을 위반하는 수준의 정부 보조금은 받고 있어서 우리 항공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관세 부과와 각종 소송전을 벌여왔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분쟁을 끝내게 된 배경에는 ‘중국의 부상’이 있었습니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보조금 분쟁에 합의를 하면서 “항공기 제조업을 키우려는 중국의 위협에 대해서 공동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죠. 중국이라는 신흥 항공 세력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보조금으로 싸울 때가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한 겁니다. 이 말은 중국의 항공 제작 산업이 점차 커지는 모습을 미국과 유럽이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수 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합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카드는 많습니다. 중국의 항공기 제작 과정에서 투입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문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으로 나가는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각종 항공기 기술에 대한 수출을 승인해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미국과 유럽 입장에서는 C919가 많이 팔릴 수록 자국의 부품 수출은 물론, 각종 기술 및 특허 사용에 대한 로열티 등을 받을 수 있어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미국과 유럽 내에서는 “중국의 항공 산업 발전을 적당히 이용하면서 이득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 입장에서는 (기술과 부품 내재화를 못 할 경우) C919 사용이 늘어 날수록 미국과 유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겁니다. 산업은 발전하는데 오히려 리스크는 커지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거죠. 글로벌 시장으로의 중국 진출을 막으려면 미국과 유럽 항공당국이 C919에 대한 감항성 증명을 해주지 않으면 됩니다. 미국과 유럽으로는 뜰 수가 없으니 외국 항공사들이 C919를 구매하길 꺼려할 겁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 영공을 거치지 않는 노선인 중동과 동남아, 아프리카 정도는 다닐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정부가 자국 국민들에게 안전성을 이유로 C919 탑승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릴 수도 있습니다. C919를 도입한 나라들에게는 치명적인 조치일 수 있죠. 이러한 가능성들은 언젠까지나 가정일 뿐이지만, 미국과 유럽, 중국 사이에서 다양한 분쟁과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국내 한 항공 전문가는 “일본도 민간 항공기 제작 프로젝트를 하다가 결국 철수를 했다. 기술적인 한계도 있었지만,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며 “중국 민항기 제조의 성공 여부는 미국과 유럽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가면서 부품과 기술 내재화를 얼마나 하는지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항공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은 수십 년 이상 비행기 사고를 겪어 가면서 기술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중국이 과연 그들의 경험과 텃새를 이겨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중국의 내수와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계속 된다면 중국 항공산업은 발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C919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논점을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중국의 항공 굴기가 부럽습니다. 한국의 항공기 제작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한국형 민항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길길이 멉니다. 한국이 민항기를 개발한다고 해도 중국과 일본이 직면했던 한계에 부딪힐 것입니다. C919와 한국이 만든 고등훈련기인 T-50을 단순하게 비교할 순 없겠지만, T-50도 엔진 등의 기술은 순수 우리 것이 아닙니다. 한국도 처음엔 중국 C919처럼 시작을 했습니다만 결국 해외 수출을 이뤄냈습니다. 첫 중대형 민항기 인도와 수출 가능성 등을 마주한 중국 항공 굴기 속에서 우리도 교훈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중국의 항공 굴기 기사를 준비하는 동안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가 추락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추락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승객과 승무원들의 명복을 빕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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