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며 버틴 2년, 움츠린 날개 펴고 높이 날거예요[떴다떴다 변비행]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9일 1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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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입사연기 제주항공 신입들, 정식 승무원 교육

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제주항공 본사. 2022년도 첫 제주항공 신입 승무원 훈련생 7명이 사내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정식 승무원이 되기 위한 훈련생 신분이다. 그런데 승무원 합격 통보를 받은 년도를 기준으로 하면 3년차에 접어든 ‘늦깎이 신입생’ 들이다.

2019년 12월 4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제주항공 신입 객실 승무원에 합격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입사가 연기되면서 올해가 돼서야 정식 승무원 교육을 받는 것이다.

이주희 제주항공 신입 승무원(27)은 “지난 2년간 일어나면 ‘제주항공’을 치면서 기사를 검색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업계가 좋아질 것이란 믿음으로 코로나를 버텼다”고 말했다. 코로나 상황이 계속 되자 일부 신입 승무원들은 카페와 사무직 아르바이트 등을 했다고 한다. 2년 여 시간 동안 돈도 벌고 자기 소양을 계발하기 위해서다. 이 승무원은 평소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을 극복하려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룡 박람회에서 수개월 동안 일을 했다. 그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박람회 경험이 도움이 됐다. 진짜 공룡이냐고 묻는 초등학교 친구들에게 ‘진짜 공룡이다. 아침에 밥도 주고 왔다’는 농담도 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고 했다. 이어 “지금 보시는 공룡은 브라키오사우르스입니다. 콧구멍이 머리위에 달려있는 게 특징입니다”라는 시범을 보이며 유괘하게 웃었다.

막내 승무원들이지만, 누구보다 비행에 대한 소중함을 잘 아는 승무원들이다. 박지현 제주항공 신입 승무원(28)은 “합격통보 이후 2년이 지나서야 처음 회사를 오는데 너무 설렜다. 전날 잠도 안 왔다”며 “승무원 훈련이 매우 힘들다고 들었지만, 간절했던 만큼 빨리 훈련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승무원들의 표정에는 코로나로 힘들었던 기억 보단, 승무원의 꿈에 다가서고 있다는 기대가 가득해보였다. 신입 승무원들은 안전 교육, 비상탈출, 응급처치 등 10주 간의 훈련을 통과해야만 정식 승무원이 된다. 박 승무원은 “학교에서는 객실 서비스 위주로 많이 배우는데, 비상 탈출 훈련을 하면서 고함을 지르고 몸을 써야 했던 점이 힘들었다”며 “‘비행은 실전’이라는 말이 피부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승무원은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아도 물 아래에선 발을 열심히 구르고 있는 것처럼, 승무원들도 비행, 중, 후에 정말 너무나도 많은 걸 신경 써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2019년 말 총 24명의 신입 객실 승무원을 뽑았다. 코로나로 입사가 2년 넘게 미뤄졌지만, 이들 중 승무원을 포기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7명, 올해 7명을 단계적으로 모두 채용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입사를 했지만, 후배 승무원들이 언제 들어올지는 기약이 없다. 코로나 사태로 국내 항공사들이 신입 객실 승무원 채용 계획을 대부분 세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채용이 필요하면 신입 보다는 경력을 위주로 뽑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한 항공사 입원은 “항공사들이 코로나 전엔 양적 확장을 추구했다면, 코로나 이후엔 긴축 경영을 할 것이다. 비행기를 늘려야 채용도 늘어나는데, 비행기 보유대수 확대도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 같다”며 “유·무급 휴직중인 승무원들도 많기 때문에, 올해를 포함해 1~2년간 신규 채용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채용을 해도 소규모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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