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는 야구 역사를 바꾼 선수다. 오타니 이전에 투수와 타자로 모두 성공한 선수는 약 100년 전 활약한 ‘영원한 홈런왕’ 베이브 루스(1895∼1948) 정도다. 미국에서는 오타니를 ‘투 웨이(Two-way) 스타’, 일본에서는 ‘이도류(二刀流)’로 표현한다.
단순히 투타를 함께 하는 수준이 아니다. 투수로는 최고 영예인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좋은 구위를 갖고 있다. 타자 오타니는 MLB 역사상 최초로 50홈런-50도루 클럽에 가입했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그런 오타니를 두고 최근 MLB에서는 작은 논란이 벌어졌다. 크레이그 카운셀 시카고 컵스 감독이 오타니와 소속팀 다저스를 겨냥해 “한 선수만 특별 대우를 받고, 한 팀만을 위한 룰이 시행되고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오타니 룰’이란 선발투수가 지명타자로 동시 출장할 경우 투수 등판을 마친 뒤에도 지명타자로 계속 경기를 뛸 수 있게 한 규정이다. 오타니가 MLB에 입성한 몇 해 뒤인 2022년부터 도입됐다. ‘오타니 룰’ 덕분에 다저스는 최대 13명까지인 투수 로스터를 14명까지 운영할 수 있다. 시샘 어린 문제 제기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한마디로 정리했다. “다른 팀들도 오타니 같은 선수를 찾으면 된다.”
오타니 같은 선수를 찾아라
오타니가 바꾼 건 규정뿐이 아니다.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투타겸업’을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한국 야구장 안팎의 풍경도 크게 바뀌었다. 한창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제8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도 오타니 효과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타니처럼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선수가 부쩍 많아진 것이다.
올해 고교야구 최대어로 꼽히는 부산고 하현승이 대표적이다. 키 194cm의 건장한 체격인 하현승은 왼손 투수로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가뿐히 던진다. 올해 주말리그와 황금사자기까지 7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타자로는 타율 0.488, 3홈런, 15타점을 올렸다. 하현승과 함께 올해 고교야구 ‘빅3’로 꼽히는 덕수고 엄준상, 서울고 김지우 등도 모두 투수와 타자를 겸한다.
지난해 황금사자기 무대를 누볐던 광주제일고 출신 김성준은 ‘제2의 오타니’를 꿈꾸며 작년 이맘때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했다. 여러 팀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투타겸업 프로그램을 제시한 텍사스행을 택했다. 그를 지도한 조윤채 광주제일고 감독은 “오타니가 ‘야구 소년’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쓰레기는 남이 버린 행운
또 다른 오타니 효과는 ‘쓰레기 줍기’다. 오타니가 고교 시절 ‘목표 달성표’를 작성하면서 ‘운(運)’ 항목에 쓰레기 줍기를 써넣었다는 게 알려진 뒤 쓰레기를 줍는 선수들이 크게 늘었다. 고교생 오타니는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행운을 줍는 것”이라고 했다. 대구상원고 2학년 엄유상은 7일 황금사자기 안산공고전에서 4타수 4안타를 친 뒤 “난생처음 4안타 경기를 했다. 아무래도 쓰레기를 열심히 주운 덕분인 것 같다”며 웃었다. 윤혁 두산 베어스 스카우트는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오타니의 성공 후 많은 아마 선수가 쓰레기를 줍는다”며 “야구 실력과 별개로 인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프로 스카우트들도 그런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이 아마추어 야구에 국한된 건 아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은 서울 한강 산책을 자주 하는데 쓰레기가 눈에 띄면 곧바로 줍는다고 한다. 한동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이 없던 LG는 차 단장이 재임하던 2023년과 지난해 두 차례나 우승했다. 단 0.0001%라도 좋은 기운이 더해졌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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