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익 좀 났다고 나눠 갖자고 하면 미래 없어… 한때 반도체 강국 獨, 순식간에 주도권 뺏겨”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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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경총회장 인터뷰
‘영업익 15% 매년 성과급’ 요구 과도
개인 기여도 평가 없이 이익 나누기, 전세계 전례 없어… 他기업 확산 우려
반도체, 대체재 없는 경제안보 핵심
정부의 긴급조정은 ‘사후 처방’일뿐… 파업 이어지지 않게 적극 중재 필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2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독일도 반도체 강국이었지만 노사 문제에 휘말리며 경쟁력을 잃었다”며 삼성전자 파업 전운을 우려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금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는 회사의 이익을 전체가 일률적으로 나눠 갖자는 것인데, 이런 ‘성과급’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 문제는 이런 ‘이익 공유’가 선례가 돼 다른 기업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87)은 12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총회관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업이익의 15%를 매년 성과급으로 달라’는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에 대해 “성과급은 개인의 기여도로 평가해야 하는데, 이익을 나눈다는 새로운 개념의 성과급이 확산돼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회장은 반도체 파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하기 어려운 타격이 우려된다고도 강조했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37.1%를 차지하는 데다 경제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라며 “과거 독일도 반도체 강국이었지만 노사 문제에 휘말려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했다. 한때 D램 강자였던 독일 키몬다가 2009년 파산한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독일식 노사 ‘공동 결정제’에 따른 느린 의사 결정, 고정비 급증 속에 기술과 설비투자 경쟁에서 밀린 것이 파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다른 기업 파업과 달리 유독 삼성전자 파업에 각계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도체는 국내총생산(GDP)의 7%, 대한민국 수출의 37.1%를 차지하는 데다 세계 각국이 ‘국가전략품목’으로 삼는 경제 안보의 핵심 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체재를 찾기 어려워 공급망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이익이 나면 이 돈으로 막대한 금액의 설비 투자를 끊임없이 이어 가야 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단기적 이익을 분배해 버리면 투자에 쓸 재원이 줄어들고, 그만큼 경쟁력도 약해진다. 이익 좀 나왔다고 나누자는 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반도체 분야라 더 민감하다는 이야기인가.
“독일도 한때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강국이었다. 하지만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산업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경직된 노사 문화로 효율성이 떨어지고 반드시 노사 합의를 거쳐 경영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의사 결정이 늦어져 결국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발전 속도가 빠른 반도체 분야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순식간일 수 있다.”
―산업계에서 성과급 지급의 적정성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성과급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과급은 각 근로자들의 직무 가치와 성과에 기여한 정도를 반영해 지급하는 보상이다. 회사 이익을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자는 것은 진정한 ‘성과급’이 아니다. 미국의 구글, 일본의 제일생명보험 등 선진국의 유수 기업들은 모두 기업의 실적과 소속 사업부의 실적, 개인의 성과를 반영해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성과급 분배 논란에 대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뭔가.
“형평성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이미 삼성전자 노조 내부에서도 ‘반도체 노조’와 ‘비(非)반도체 노조’로 갈라져 노노(勞勞) 갈등이 불거진 상태다. 업종이 호황이라는 이유로 전 직원이 고액 성과급을 받으면 그렇지 못한 직종에 속한 근로자들의 박탈감도 커지고, 다른 기업 노조도 유사한 요구를 하게 된다. 또 주주 배당보다 직원 성과급 재원이 많아지는 공정성 문제도 있다.”
―고용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도 있나.
“청년 채용 시장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기업 위주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격차를 벌리고, 청년들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 우려된다. 그렇게 되면 고용의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정년 연장 요구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고액의 성과급까지 지급해야 할 경우 그만큼 기업의 청년 고용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정부의 ‘긴급조정’이 필요할까.
“긴급조정은 이미 노사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은 다음 실시하는 ‘사후 처방’이다. 그 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 이미 정부가 노조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실제 파업이 시작되면 회복이 어려운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노사가 신속하게 대화로 상황을 풀도록 이끌어주길 바란다.”
―앞으로도 보상과 관련한 논란은 이어질 것 같은데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핵심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어느 정도 갖추는 것이다. 현재는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여기에 성과급까지 고정급여처럼 지급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맞지 않는다. 물론 고용시장 유연성은 사회 안전망 강화와 함께 가야 한다.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 고용 유연성과 보상 체계를 함께 갖춰야 근본적으로 기업과 개인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두 달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나.
“노봉법 이후 노조 파업에 따른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가 어려워졌다. 노사 관계에 있어서 기업의 방어권이 약화돼 걱정스럽다. 하청노조 개별교섭과 관련한 노동위원회 판단이 노조에 기울어진 측면도 있어 잘 설득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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