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니히우, 수도·전기 끊겨…러, 의도적으로 민간인 공격”

  • 뉴시스

“포격 소리 때문에 잠 자는 것이 불가능하고, 너무 피곤하면 자동으로 뇌가 꺼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인 북부 체르니히우를 포위하면서 체르니히우 시민 수만 명이 갇혀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들은 전기·가스·수도가 끊긴 채 러시아군의 포격에 방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현지시간) BBC는 체르니히우에 남겨진 민간인과 나눈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가 여전히 민간시설에 집중 공격을 이어간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침공 초기부터 포위된 도시 마리우폴처럼, 현재 체르니히우 건물 중에 멀쩡하게 남은 것은 거의 없다. 시민들은 민간시설인 병원, 학교, 영화관, 경기장을 비롯해 역사 유적지 모두 공격당했다고 증언했다.

가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올레나는 “러시아군이 고의적으로 민간시설을 파괴하는 게 분명하다”며 “내 눈으로 직접 봤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 안나는 남겨진 사람 대부분이 두꺼운 벽 뒤에 숨어서 시간을 보낸다고 전했다. 12살 된 그의 아들은 벽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하루종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폭탄이 터졌을 때, 더 안전한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더 이상 두려움이란 감정도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체르니히우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 가스, 수도 공급이 끊겼다. 올레나는 마실 물을 배급받기 위해 한 시간 이상씩 걸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시 의회가 마련한 배급소에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한 사람 당 10ℓ 씩만 가져갈 수 있게 돼 있다.

전화기를 쓰는 것도 발전기가 있는 이웃을 통해야만 가능하다. 가스 배급이 되지 않아 난방을 작동할 수도 없다. 그는 “우리는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라고 한탄했다.

비아체슬라프 차우스 체르니히우 주지사는 러시아 침공이 시작되면서 도시 인구의 절반 이상이 떠났다고 밝혔다. 지난 주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로 통하는 다리를 폭파한 후 도시는 고립됐고, 병원 치료가 필요한 주민들도 갈 곳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가 ‘10분에서 15분 간격으로’ 시내를 공격하고 있으며 민간 시설을 ‘의도적으로’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차우스 주지사는 “그들은 주거용 건물, 학교, 병원, 유치원, 경기장을 목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이미 20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주 당국은 사망자가 추가로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수습되지 않은 시신은 건물 잔해 아래 깔려있고, 당국은 아직 시신을 수거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거듭 우크라이나 내 민간 시설 폭격을 부인했다.

다만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비롯한 주요 도시 내 아파트, 비군사 시설을 포격한다는 증언과 위성사진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를 토대로 미 국무부는 지난주 러시아군의 전쟁범죄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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