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운동가 맬컴X 암살범, 56년 만에 무죄 판명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18일 1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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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뉴욕에서 연설도중 총격을 받고 숨진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엑스(X)의 살인범으로 체포돼 20여년의 형을 살고 출옥한 두 흑인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두 사람 중 무함마드 아지즈는 83세의 나이로 생존해 있지만 칼릴 이슬람은 1987년 출옥한 뒤 2009년에 숨졌다.

역사가들은 이 사건 수사결과에 대해 오래도록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 뉴욕 맨해튼 지역 검사장이 사건 재조사를 진행해 무죄임을 밝혀냈다.

이번 재조사에서 당시 사건을 수사한 미 연방수사국(FBI)와 뉴욕경찰국 및 검찰은 22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한 끝에 두사람이 무죄임을 밝힐 수도 있었던 핵심증거를 은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맬컴 엑스를 살해한 진범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과거 진범으로 간주됐던 사람은 체포된 적이 없으며 현재는 사망한 상태다.

이번 조사는 또 과거의 잘못된 수사와 기소가 정부 또는 경찰의 음모였는 지도 밝히지 않았으며 네이션 오브 이슬람(Nation of Islam)이라는 단체의 뉴저지 지부 소속 단원이던 살인범이 암살에 나서는 것을 당시 경찰과 연방정부가 막지 못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당시 암살을 자백했던 무자히드 압둘 할림은 이번 조사에서도 유죄인 것으로 재확인됐다. 그는 당시 수사에서 나머지 두 사람은 무죄라고 주장했었다.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할림은 현재 80살로 이번 재조사 결과에 대해 “정말 잘됐다. 그들이 무죄가 됐으니”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재조사 결과로 과거 사법시스템이 인종차별주의적이었음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전국적인 항의 움직임을 자극하고 있다.

밴스 검사장은 재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법기관을 대표해 사과를 표명했다. 그는 사법기관이 두 사람의 가족을 망가트렸다면서 이는 결코 보상될 수 없지만 “최소한 잘못이 있었다는 것을, 아주 큰 잘못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는 있다”고 말하고 “두 사람은 당연한 권리인 사법정의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재조사를 촉구해 성사시킨 인권변호사 데이비드 샤니즈는 재조사 과정에서 증인, 수사관, 변호사 등등의 관련자 다수가 오래전에 사망했고 주요 증거들이 손실됐으며 범행에 사용된 총기마저도 사라져 검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의 수사기록과 생존 증인들을 추가로 확인한 결과 재조사를 통해 두 사람이 무죄임을 밝히는 것이 가능했다.

맬컴 엑스는 암살당하기 전까지 흑인민족주의 단체 네이션 오브 이슬람을 대변하는 목사를 자처하면서 백인 중심의 당국이 권력을 남용하고 흑인들을 가혹하게 대한다고 비난했었다.

그는 1965년 2월 뉴욕에서 연설을 시작하려다가 세 사람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으며 사건 발생 10일 만에 네이션 오브 이슬람 소속 3명의 흑인이 차례로 범인으로 체포돼 살인혐의로 기소됐고 1966년 3월 세사람 모두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부터 이미 범인이 따로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번에 재조사를 통해 두사람의 무죄가 입증됐다.

이번 재조사를 촉발한 계기중 하나가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누가 맬컴 엑스를 죽였는가?”라는 다큐멘터리였다. 다큐멘터리는 이번에 무죄가 밝혀진 두 사람이 무죄라는 주장을 폈다. 이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직후 밴스 검사장이 재조사할 것을 약속한 상황에서 이 사건을 다룬 책이 출판됐으며 이 책의 저자는 브래들리라는 흑인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브래들리는 2018년 사망했으며 그의 변호사는 그가 암살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부정했다.

20년 이상 부당하게 옥살이를 한 두 사람은 죄수 관리가 가혹했던 것으로 악명이 높았던 뉴욕주 교도소에서 1970년 대를 보내야 했다. 사망한 아지즈는 당시 6명의 자식이 있는 기혼자였고 생존한 이슬람은 3명의 자녀가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투옥된 뒤 이혼했고 평생 옥살이를 했다.

이들은 석방된 뒤에도 주변에서 맬컴 엑스 살인범으로 지목돼 은둔생활을 해야 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아지즈는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탓에 암살범이라는 오명이 지워질 것이라는 믿음을 잃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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