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알기 힘든 유럽 프로 축구선수 몸값…이번엔 밝혀질까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17일 1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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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선수의 몸값은 도대체 어떻게 정해질까.

이탈리아 금융감독청이 유명 프로축구단의 선수 이적료 회계처리 실상을 조사하기로 하면서 복마전으로 통하는 축구 선수들의 실제 몸값이 밝혀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선수 가치가 제대로 매겨지지 않은 이적거래의 대표 사례로 2020년 프랑스 릴팀에서 이탈리아 나폴리팀으로 이적한 나이지리아 출신 유망주 빅토르 오시멘 선수의 사례를 꼽았다.

나폴리팀이 릴팀에 막대한 이적료를 지불했다는 점이 아니라 그를 데려오면서 내보낸 무명 선수들이, 적어도 회계상으로는 특급대우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은 그리스 출신 골키퍼 한 사람과 아직 무명의 젊은 선수 세 사람 등 그저 그렇고 그런 선수 네명이 프랑스 릴팀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지급된 이적료는 알려진 것과 달리 막대했다.

공식적으로 오시멘 선수 이적료는 7125만유로(약 958억원)로 발표됐다. 이탈리아 리그에서 떠오르는 샛별 대우를 받은 것이다. 반면 네 사람의 이적료는 합해서 2010만유로(약 269억원)으로 발표됐다. 네 사람은 이적 뒤 거의 활동이 없었다.

골키퍼 오레스티스 카르네치스(36세)만 릴팀 경기에 한차례 등판했을 뿐이다. 나머지 세 선수는 모두 이탈리아로 돌아왔다. 그 중 두 사람은 이탈리아 축구 최하 리그에서 뛰고 있고 나머지 한 사람도 세미프로축구단에서 활동중이다.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적료가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를 알 만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자 이탈리아 금융 당국과 축구 협회가 당시의 거래에 대해 범법 혐의가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프로축구팀들이 시장을 악용한다는 건 업계관계자들 사이엔 널리 퍼져 있는 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조사는 70억달러(약 8조2800억원)에 달하는 축구선수 이적 시스템의 어두운 구석을 밝혀내려는 가장 최신의 움직임이다.

느슨한 규제와 창의적인 회계, 심지어 유령 구단의 존재가 시장을 왜곡하는, ‘거울의 방’(찌그러진 모습을 보여주는)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 시장에선 팀 내부 관계자들조차 선수 가격이 얼마냐는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나폴리팀의 오시멘 영입을 포함해 현재까지 두 시즌 동안 이적한 62명의 선수 거래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유벤투스팀이 집중적인 조사 대상이 됐다. 조사관들은 유벤투스팀이 후보선수와 청소년팀 소속의 무명 선수들의 이적 사례 42건을 들여다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유럽 최대팀인 바르셀로나팀과 맨체스터시티팀과의 거래 두 건도 포함돼 있다. 이들 사건들 모두가 회계규정을 어긴 혐의를 받는다.

유벤투스는 이탈리아 증권감독위원회에 최근 제출한 재무보고서에서 투자자들에게 밝힌 것 이상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증권감독위원회가 선수 이적과 관련된 구단소득을 정밀 파악하기 시작했다.
조사중인 이적 거래 가운데 유벤투스팀이 시티팀으로부터 수비수 다닐로와 주앙 칸셀루의 영입한 건이 포함돼 있다. 유벤투스는 아직 출전한 경력이 없는 2명의 청소년 스트라이커를 시티팀으로 보냈다. 그런데 두 팀 모두 1000만유로(약 134억원)의 이익이 남았다고 기록한 것이다.

유벤투스는 지난해 바르셀로나팀으로부터 비교적 무명인 남미출신 공격수 아르투르 멜루를 받고 유고슬라비아 출신 미랄렘 퍄니치를 보내면서 1억3000만유로(약 1740억원)가 넘는 거래였다고 주장했었다. 그러자 당시 이 거래가 회계처리를 위한 것일 뿐이라는 말이 나왔다.

나폴리팀의 경우 팀이 이적비용을 장부상으로 축소한 것이 감사대상이 되고 있다. 오시멘 영입은 나폴리팀 역사상 가장 값비싼 거래였다. 나폴리팀은 이탈리아 축구연맹과 챔피언스 리스 비용처리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재무적 요건을 회계상 맞춰야만 해 회계장부를 분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릴팀으로 마이너 리그 선수들을 보내는 방식으로 오시멘 선수의 영입비용을 축소해야 해 무명선수 네 명을 보내는 대가로 2010만유로를 받은 것으로 장부에 기록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장부에 자본 이득을 본 것으로 기록하는 방법이 프로축구 선수 이적 거래에 애용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같은 방식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축구장 관중이 끊어지고 경기가 취소되면서 수입이 준 한편 이적 자체가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하자 큰 팀일수록 규정에 맞춰 회계처리를 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축구연맹 회계감독 책임자 파올로 보카르델리는 지난 달 검찰에 이탈리아 이적 시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요청 서한에서 팀의 누구도 특정 선수의 값어치가 얼마인지를 알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몇년 동안 수십억 달러의 이적 거래가 있었지만 그 금액은 주관적인 계산에 따른 것일뿐인 셈이다. 보카르델리는 “프로 선수의 실적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너무 힘들며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축구선수 이적 시장에 대한 책을 펴낸 피포 루소는 “많은 경우 소설일 뿐”이라면서 이탈리아가 엉터리 회계처리 시스템의 원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관행이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전하고 최상위 리그의 두 팀이 거의 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 두명을 거래하면서 수백만유로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기록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금융감독청이 상장회사인 유벤투스팀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결과 팀이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지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팀이 자칫 하위 리그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2018년 키에보 베로나팀이 몇 년 동안 젊은 선수들의 가치를 부풀려 체세나팀과 거래함으로써 팀 점수를 따낸 결과 프로 리그 자격을 유지한 사건이 있었다.

키에보팀은 뒤에 처벌을 받았지만 일부 이탈리아 구단주들은 규정이 너무 자주 바뀌고 있고 잘 나가는 팀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고 불평해 왔다. 지난 시즌 챔피언인 인터 밀란팀은 11번 리그 우승을 했음에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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