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선, 중도좌파 사민당 박빙승리… 집권 기민당과 연정 싸움

파리=김윤종 특파원 , 김수현 기자 입력 2021-09-28 03:00수정 2021-09-28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민당 “연정구성 임무 위임받아”… 녹색-자민당과 ‘신호등 연정’ 추진
기민당은 “우리가 연정 중심될것”
연말까지 연정 샅바싸움 이어질듯
메르켈, 당분간 총리직 유지 불가피
희비 갈린 사민당-기민당 올라프 숄츠 독일 사회민주당 대표(위쪽 사진 오른쪽)가 총선이 실시된 26일 부인과 함께 수도 베를린 당사에서 선거 승리를 확신한다는 의미로 양손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2005년부터 16년간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 대표(아래쪽 사진 오른쪽) 또한 같은 날 베를린 당사에 나란히 등장했다. 베를린=AP 뉴시스
26일 독일 총선에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1위를 차지해 2005년 이후 16년 만에 정권 교체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의 지지율 격차가 1.6%포인트에 불과해 최소 2개 정당과 연정을 구성해야 집권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최대 수개월이 걸리는 협상 결과에 따라 16년간 집권했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67)의 후임자가 결정되는 만큼 메르켈이 당초 예정됐던 다음 달 퇴임이 아닌 연말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공영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연정 협상이 12월 17일을 넘기면 그는 5869일간 집권한 헬무트 콜 전 총리를 넘어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

27일 선거당국의 예비 결과 발표에 따르면 사민당은 25.7%의 지지율을 얻어 중도우파 기민·기사 연합(24.1%), 좌파 녹색당(14.8%), 우파 자유민주당(11.5%),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10.3%) 등을 눌렀다. 사민당은 4년 전 총선보다 5.2%포인트를 더 얻었다. 7월 대홍수, 수도 베를린의 부동산 가격 급등 등으로 민심을 잃은 기민·기사 연합은 8.8%포인트를 잃으며 참패했다.

의원내각제인 독일 총선은 유권자가 개별 정당과 선거구 후보에 각각 한 표씩을 행사하며 이후 정당별 득표율에 비례해 최종 의석수가 결정된다. 특정 정당이 과반 지지율을 얻어 단독 정부를 구성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 정당 간 협상을 통해 연정을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민당은 선거 전부터 “기민·기사 연합과 연정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현재 녹색당 및 자민당과의 연정을 추진하고 있다. 빨간색을 당색으로 쓰는 사민당이 녹색당(초록), 자민당(노랑)과의 연정을 구성하면 일명 ‘신호등 연정’이 탄생한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63)는 1위 확정 후 “유권자는 정권 교체 및 내가 총리가 되는 것을 바랐기에 사민당에 투표했다”며 연정 구성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성공하면 빌리 브란트, 헬무트 슈미트, 게르하르트 슈뢰더에 이어 4번째 사민당 출신 총리가 된다. 연방의회 의원, 함부르크 시장, 노동장관 등을 지냈고 사민당이 2018년 3월 기민·기사 연합과 대연정을 출범시킨 후부터 지금까지 메르켈 정권의 재무장관을 맡고 있다. ‘기계인간’ ‘로봇’ 등으로 불릴 만큼 신중하고 안정적인 이미지, 풍부한 국정 경험 등이 장점이다. 이로 인해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총리 후보 중 메르켈과 가장 비슷한 스타일을 지녔다고 평했다. 9.6유로인 연방 최저임금을 12유로로 인상하고 엄격한 임대료 제한 정책을 도입하자고 주장해 젊은이와 서민층의 지지를 얻었다.

주요기사
1위를 빼앗긴 기민·기사 연합 또한 연정을 통해 정권 연장을 시도한다.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 대표(60) 또한 “우리 당 중심으로 연정을 구성하겠다”며 역시 녹색당, 자민당과의 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정을 쓰는 기민당과 녹색당, 자민당의 연정은 중남미 자메이카의 국기 색깔과 같아 ‘자메이카 연정’으로 불린다.

양대 정당 모두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녹색당과 자민당에 동시에 구애하는 모습을 두고 공영 ARD방송은 “두 명의 총리 후보와 두 명의 킹메이커가 있다”고 평했다. WP는 “두 후보 모두에게 총리 관저로 가는 명확한 길이 없다”고 했다. 다만 선거 참패의 책임론에 시달리는 라셰트 대표는 연정 구성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7월 대홍수로 200여 명이 사망한 와중에 피해 현장에서 웃으며 수다를 떠는 모습이 포착돼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26일 선거일에도 선거함에 투표용지를 넣던 중 투표 내용을 보이도록 해 구설에 올랐다.

연정 구성이 차질을 빚을수록 유럽연합(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지도력 공백이 국제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최대 민주주의가 ‘어정쩡한(limbo)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2017년 총선 때도 연정 협상에 4개월이 걸리는 바람에 메르켈 총리가 2018년 3월에야 공식 재취임했다. 4년 전과 달리 메르켈 같은 거물 지도자도 없는 터라 중국 및 러시아 견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양대 정당이 모두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제청할 수 있다. 후보자가 연방의회 재적 의원(735석)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 총리에 오른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독일#총선#메르켈#사민당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