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건국 이후 백인인구 첫 감소… 비율 60% 아래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3일 12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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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간 미국에서 백인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건국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대신 히스패닉과 아시안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인종 분포가 더 다양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져서 20여 년 뒤에는 백인이 미국에서 소수 인종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12일(현지 시간)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미국의 인구센서스 결과 작년 기준 백인의 수가 1억9100만 명으로 2010년(1억9600만 명)보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독립 직후인 1790년부터 10년마다 이뤄지는 이 인구조사에서 백인 인구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인구에서 백인의 비중도 57.8%로 10년 전인 2010년(63.7%)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백인 대신 인구 비중이 늘어난 건 히스패닉과 아시안이다. 미국에서 히스패닉은 2010년보다 23% 증가한 62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 비율로는 10년 사이 16.3%에서 18.7%로 올랐다. 특히 멕시코와 접경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히스패닉 인구가 39.4%로 34.7%에 그친 백인을 추월했다.

아시안은 10년 전보다 36% 급증해 2000만 명(전체의 6%)에 달했다. 미국 사람 4명 중 한 명은 히스패닉 또는 아시안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흑인 인구는 4100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6% 늘었지만 전체 인구 중 비중으로는 오히려 0.2%포인트 하락한 12.4%에 머물렀다. 자신이 여러 인종의 피가 섞인 복합 인종이라고 답한 사람도 3380만 명으로 10년 전(900만 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인구조사국 측은 “미국의 인구가 이전보다 인종적으로 더 다양해졌다”고 진단했다.

히스패닉과 아시안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해외에서 이민지가 계속 유입되는 데다 백인에 비해 이들 그룹의 출산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백인들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점도 백인 인구의 정체에 영향을 미쳤다. 여전히 인구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백인이 줄면서 미국 전체 인구는 10년 간 7.4% 증가에 그쳐 총 3억31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공황이 발생했던 193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미국에서 인종의 다양화는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인구학자 윌리엄 프레이 연구원은 2045년이 되면 백인 비중이 5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가 되면 어느 인종도 과반을 넘는 주류 인종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히스패닉과 아시안의 인구는 2060년까지 두 배로 급증해 미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더 키울 전망이다. 프레이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20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나라는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대도시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농촌이나 소도시에서는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도 이날 조사에서 관찰됐다.

이번 인구 조사 결과에 따라 각 주별 연방 하원의 의석수와 대통령 선거인단 수도 조정된다. 공화당 성향이 높은 텍사스주는 하원 의원이 2명 늘어나고 콜로라도 플로리다 몬태나 노스캐롤라이나 오리건은 1석 씩 증가한다.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미시간 뉴욕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웨스트버지니아는 1석 씩을 잃게 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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