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는 비애국적” 비난…中올림픽 선수들 압박감 최고

뉴시스 입력 2021-08-03 22:25수정 2021-08-0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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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패배 銀 그친 탁구 혼복 쉬신-류스원, 눈물의 사과
대만에 결승서 패한 배드민턴 남복 선수도 집중 공격당해
첫 금메달 女사격선수, "中선수가 왜 나이키 쓰나" 비난받아
지난달 26일 도쿄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쉬신(許昕)-류스원(劉詩雯) 선수가 일본의 미즈타니 준(水谷?)-이토 미마(伊藤美誠)에 패해 은메달에 그친 것에 격분한 중국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패배를 “비애국적”인 것으로 매도당하면서 올림픽 성적에 대한 중국 선수들의 압박감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크다고 BBC가 3일 보도했다.

류스원은 혼합복식 결승전 패배 후 “팀을 망친 것같다. 정말 죄송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고, 쉬신도 “전 국민이 이번 결승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중국 팀 전체가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웨이보 등 중국 온라인에서는 특히 과거사 문제로 감정이 좋지 않은 일본에 패배한 것을 놓고 일부 극우주의자들이 “나라를 망쳤다”며 쉬신과 류스원을 비난했다. 심판 판정이 편파적이었다는 근거없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러한 민족주의 열풍에 대해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은 금메달을 놓치는 것을 비애국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네덜란드 라이덴 아시아센터의 플로리안 슈나이더 박사는 “이들(극단적 민족주의자들)에게 올림픽 메달 집계는 국가의 존엄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금메달을 놓친 것은 국가를 실망시키고 배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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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결승전 상대가 일본이었기 때문에 국수주의자들에게 있어 혼합복식 결승전은 단순한 운동 경기가 아니었다고 슈나이더는 덧붙였다.

일본과의 탁구 혼합복식뿐 아니라 지난달 31일 배드민턴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대만의 리양-왕치린 선수에게 패한 중국의 리쥔휘-류위천 선수도 온라인에서 집중 공격을 받았다. 웨이보의 한 사용자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너희들(리쥔휘와 류위천)은 전혀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중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양첸도 강제노동 의혹으로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면화 사용을 중단한 중국에서 보이코트 대상이 된 나이키의 신발 컬렉션 과거 사진으로 “중국 선수가 왜 나이키 신발을 모으는가? 보이코트를 오히려 주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양첸은 이후 과거 컬렉션 사진을 삭제했다.

양첸과 함께 여자 10m 공기소총에 출전했던 왕루야오는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중국의)나약함을 보이기 위해 너를 올림픽에 파견한 것인가”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왕루야오에 대한 비난이 너무 거세 웨이보 사용자 33명의 계정이 폐쇄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중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서 극단적 민족주의 목소리가 증폭되는 것은 국가에 대한 합법적 비판이 점점 더 용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조너선 해시드 박사는 말했다.

최근 세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중국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중국의 발전을 막으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중국의민족주의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슈나이더는 “중국 국민들은 국가적 성공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고 중국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이 성공을 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시드 박사는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온라인에서 민족주의를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 하지만, 패한 선수들에 대한 비난과 같은 사건들은 중국인들이 한번 화를 내면 국가가 이를 통제하는 것이 어려움을 보여준다”며 “민족주의 정서를 악용하는 것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한번 탑승하면 통제하기 어렵고 내리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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