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0년전 푸틴 만나… “당신은 영혼이 없는 것 같군요”

이은택 기자 입력 2021-06-16 11:04수정 2021-06-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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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님, 내가 지금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당신은 영혼이 없는 것 같군요.(Mr. Prime Minister, I‘m looking into your eyes, I don’t think you have a soul.)”(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

“우린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군요.(We understand each other)”(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

2011년 3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난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눈 뒤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후 바이든은 미국 대통령이, 푸틴은 러시아 대통령이 됐다.

두 정상은 16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연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최악(a low point)’으로 치달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때다. 주요 외신과 각국 정부는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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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 가장 긴 외교 분야 경력을 보유한 ‘외교 베테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38년 상원의원 등 미 연방 공직을 지냈고 7명의 미국 대통령을 거쳤다. 이 기간동안 바이든은 상원의원, 미 부통령 등의 지위로 3명의 소련 지도자들과 2명의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바이든이 ‘정상 대 정상’으로 러시아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0년 간 미-러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 관련 조약 등 크고 작은 일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문제, 사상 최악의 미-러 관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이 바이든의 ‘첫 번째 중요한 시험대(the first major test)’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과 러시아(소련 포함)의 50여 년 인연을 소개했다.

바이든은 1973년 미 상원의원이 된 첫 해에 모스크바를 첫 방문했다. 1975년 상원 외교위원회에 배치된 그는 1979년 8월 지미 카터 미 행정부 시절 러시아와의 전략무기제한협정(SOLT-Ⅱ)을 맺기 위해 상원대표단을 이끌고 소련을 방문했다. 당시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알렉세이 코시킨 총리, 드미트리 우스티노프 국방장관 등을 만났다.

1984년 2월 도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은 미-러 제1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Ⅰ) 협상이 결렬된 뒤 윌리엄 코헨 공화당 상원의원과 모스크바를 방문해 레이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코헨 의원은 나중에 빌 클린턴 미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에 기용된 인물이다.

모스크바에 보내는 레이건 대통령의 메시지는 양국 무기 통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담고 있었다. 당시 레이건은 자신의 일기에 “두 명이 러시아에 갔고 다들 무기 감축에 몰두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둘 중 한 명(바이든을 가리킴)은 내가 이 문제에 진정성이 없다고 믿는 것 같다”고 썼다.

1988년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조약 비준 협상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다. INF는 그해 5월 미 상원의 인준을 받았지만 나중에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며 무력화됐다.

1991년 10월 바이든 대통령은 소련에 자유시장경제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를 주재했다. 그는 회의 도중 “불행히도 우리는 (소련의) 경제 안정을 위한 지원 기회를 무시하거나 포기하게 될 지도 모른다. 만약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소련에 새롭고 우호적이며 평화로운 국가를 세울 기회를 놓치게 된다. 나는 30년 뒤, 최소한 미국이 소련에 민주주의를 구축하기 위한 위대한 시도를 하기 위해 모든 합리적 방안을 시도했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이 된 바이든은 2009년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미-러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외교 연설을 하며 “이제 리셋 버튼을 누를 때가 됐다”고 했다.

이듬해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새 전략무기감축협정에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에게 “협정이 연내 상원의 인준을 받을 수 있도록 밤낮으로 매달려 달라”고 요청했다.

2011년 바이든은 러시아를 방문해 당시 총리였던 푸틴을 만났다. 그는 푸틴의 면전에 대고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면 당신에게는 영혼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는 2001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푸틴을 만났을 때 “당신의 눈에서 영혼을 봤다”고 한 것에 냉소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자 푸틴은 기싸움에서 지지 않는다는 듯 바이든에게 “우리는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CNN은 지난 1월 치러진 미 대선이 끝난 지 한 달 만에야 푸틴이 바이든의 선거 승리를 축하했다고 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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