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리바바 때리기’ 이유 있었다? 류허 부총리 아들 거액 투자처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0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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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허 中 부총리. 사진 AP 뉴시스
류허 中 부총리. 사진 AP 뉴시스
중국의 경제·금융 개혁을 주도하는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아들이 중국 정보기술(IT) 대기업인 징둥(JD)닷컴과 텐센트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회사들은 모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경쟁 업체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정부의 ‘알리바바 때리기’ 배경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국무원 류허 부총리의 아들 류톈란(劉天然)이 설립한 투자회사가 징둥닷컴과 텐센트의 자회사에 최소 1300억 원을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류톈란은 중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 옵저버의 기자 출신으로 2016년 투자회사 ‘스카이쿠스 캐피털’을 만들어 의장을 맡다가 아버지인 류 부총리가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25인)에 발탁되기 6개월 전인 2017년 4월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1년 뒤인 2018년에는 자신의 지분을 다른 이사에게 양도했다. 중국에서는 부모가 중앙정치국 위원을 맡으면 이해관계 상충을 피하기 위해 자녀는 해당 분야에서 요직을 맡을 수 없다. 지분은 팔았지만 류톈란은 지금도 스카이쿠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쿠스는 2018년 중국 전자상거래 2위 징둥닷컴의 물류 자회사인 징둥물류에 7000만 달러(약 790억 원), 이듬해에 원격의료 자회사인 징둥건강에 4000만 달러(약 452억 원)를 투자했다. 핀테크 자회사인 징둥 테크놀로지의 지분도 사들였다. 징둥닷컴 관련 회사에 최소 1억1000만 달러(약 1246억원)를 쏟아부었다. 텐센트 자회사인 텐센트 뮤직에도 500만 달러(약 56억 원)를 투자했다.

FT는 “류 부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50년 지기이자 경제 ‘책사’ 역할을 하는 최측근”이라면서 “알리바바에 대한 강한 제재를 주문한 사람도 류 부총리”라고 지적했다. 알리바바가 중국 당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경쟁사인 징둥닷컴과 텐센트 등이 수혜를 입었고, 어떤 방식으로든 류허 부총리의 아들도 이에 따른 이익을 얻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FT는 “중국 공산당 고위직의 자녀들인 ‘태자당(太子黨)’은 눈에 쉽게 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극도로 조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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