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김도 증오범죄 피해 고백…“호신용 무기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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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3일 1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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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챔피언인 클로이 김. 인스타그램 갈무리
스노보드 챔피언인 클로이 김. 인스타그램 갈무리
미국에서 아시안을 향한 증오범죄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금메달리스트이자 스노보드 챔피언인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21)이 증오범죄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클로이 김은 2일(현지시간)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프로 운동선수이고, 올림픽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인종차별에서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하루에 수십 통, 매달 수백 건의 증오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가 최근에 받은 메시지에는 ‘멍청한 동양인’이라는 인종차별적 욕설은 물론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도 있었다. 클로이 김은 “사람들이 이런 식의 행동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아프다”며 “정말 무력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무척 힘들다”고 말했다.

클로이 김에 의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증오범죄는 더욱 심해졌다. 그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할 때 한 여성이 타지 말라고 소리친 적도 있다”면서 “최근 1년 동안 SNS 알림 설정을 껐고, 휴대폰에서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도 삭제했다”고 밝혔다.

클로이 김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스1
클로이 김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집을 나설 때마다 호신용 무기를 꼭 챙긴다는 클로이 김은 작은 가방에 전기 충격기와 최루액 분사기, 호신용 칼을 넣어 다닌다. 그는 “약속 장소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 아니라면 혼자서는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며 “개를 산책시키거나 식료품점에 갈 때면 호신용 무기가 들어있는 가방에서 절대 손을 떼지 않는다”고 했다.

클로이 김은 2014년 애스펀 X게임 대회에서 하프파이프 첫 메달을 딴 이후부터 인종차별에 시달렸다. 당시 대회가 끝난 뒤 인스타그램에 메달 사진을 올렸던 그는 “중국으로 돌아가라. 백인 소녀들로부터 메달을 뺏는 것을 그만두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그에게 침을 뱉는 사람도 있었다. 클로이 김은 “사람들은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내 업적을 멸시한다”며 “어린 나이에 상처를 받아 많이 울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당시 그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할 수 있었지만 아시안이라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싫어 공공장소에서 부모님과 한국어로 대화하는 걸 그만두기도 했다.

지금은 감정을 극복하는 법을 배워 아시안이라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는 클로이 김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번 인터뷰를 통해 증오범죄 피해를 밝히게 됐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사례가 증오범죄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에 이민 간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클로이 김은 만 17세였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같은 해 7월에는 미국 ESPN 스포츠 대상 올해의 여자 선수로 선정됐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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