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이번엔 ‘파인애플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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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해생물 검출” 대만산 수입금지
“파인애플 재배지, 反中 민진당 강세
여론 돌리려는 中의 노림수” 분석

중국이 갑자기 대만산 파인애플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대만 파인애플에서 유해생물이 검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만 정치 여론에 개입하려는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공지문을 통해 “1일부터 대만 파인애플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중국 국무원에서 대만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대만사무판공실 마샤오광(馬曉光) 대변인은 “지난해부터 대만산 파인애플에서 유해생물이 검출됐다”며 “이 유해생물이 중국 본토에 유입되면 농업생산과 생태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만 파인애플은 90% 이상이 중국으로 수출된다.

중국 당국은 심각한 유해생물이 검출됐는데도 지난해 즉시 수입을 금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중국이 대만산 파인애플 수입을 막은 배경으로 유해생물 검출은 겉포장일 뿐이고 실제로는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한 집권 민진당에 타격을 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타이베이타임스 등 대만 매체들은 지난달 27일 “파인애플은 대만 남부 농민들의 주요 소득원인데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진당 지지세가 강하면서 정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중국은 파인애플 수입 금지를 통해 이 지역 여론을 돌리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8월 이 지역 가오슝(高雄)에서 치러진 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진당 후보는 70% 넘게 득표했다.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면 대만산 파인애플은 판로가 막혀 민진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중국이 파인애플에 그치지 않고 대만산 망고, 슈거애플, 구아버 등 다른 농산품으로도 수입 금지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대만#파인애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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