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대 “대학 명칭에 윌슨 前 대통령 대신 흑인 여성 명명”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12일 15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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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논란을 야기한 개인과 단체의 유산이 잇따라 철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명문사학인 프린스턴대가 기숙형 대학 ‘퍼스트 칼리지(First College)’을 새로 지으면서 인종주의자란 비판에 직면한 우드로 윌슨 전(前) 대통령의 이름을 삭제하기로 했다.

‘윌슨 칼리지’로 불렸던 퍼스트 칼리지는 오는 2023년 현장 공사를 시작해 3년 뒤인 2026년 이 대학 출신 흑인 여성 사업가로 개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멜로디 홉슨의 이름을 본 따 ‘홉슨 칼리지’로 다시 개관한다. 프린스턴대 건물명에 흑인 여성의 이름이 붙은 것은 홉슨이 처음이다.

11일(현지시간) CNN과 프린스턴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프린스턴대는 지난 8일 홉슨과 홉슨-루카스 가족재단이 퍼스트 칼리지 개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건물을 홉슨 칼리지로 명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홉슨은 지난 1991년 프린스턴대를 졸업했다. 아리엘 인베스트먼트 공동 대표로 지난 2015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로부터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영화 ‘스타워즈’를 제작한 조지 루커스의 부인이기도 하다. 홉슨-루카스 가족재단은 그와 남편이 만들었다.

크리스토퍼 아이스그루버 프린스턴대 총장은 당시 성명에서 “이 특별한 선물은 프린스턴대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세계를 변화시키는 긍정적이고 강력한 힘인 여성을 인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홉슨은 우리 학생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홉슨은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해 백인 유명인사의 이름이 붙여진 교정을 보며 느꼈던 감정을 언급하면서 “내 이름이 미래 세대, 특히 유색인종, 그리고 가족 중 첫번째 대학에 입학한 이들에게 그들 역시 (이 대학의) 일원임을 상기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윌슨 칼리지의 이름은 바꾸는 것은 우리의 과거가 우리의 미래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개인적인 시도”라고 했다. 홉슨은 지난해 우드로 윌슨상을 받은 바 있다.

프린스턴대 이사회는 지난 6월 윌슨 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이유로 기숙형 대학과 공공정책대학원(우드로 윌슨 스쿨)에서 그의 이름을 삭제하기로 했다.

과거 총장과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세운 업적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흑백차별은 인정하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과 정책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대학의 입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한편, CNN은 이번 명칭 변경이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인종적 정의를 요구하는 움직임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버지니아 공대와 듀크대 등 일부 대학들이 저명한 흑인 동문의 이름을 건물에 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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