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관리 속여 제재 회피 폭로…덴마크 감독 다큐멘터리 조명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12일 12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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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간 함정 취재…가짜 요리사·무기상 내세워 北 당국자 접촉

북한 당국자들을 속여 김정은 정권의 국제 제재 회피 실태를 폭로하는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덴마크 영화 제작자 매즈 브루거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첩자(The Mole)’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브루거는 3년에 걸친 함정식 취재를 통해 북한의 국제법 위반을 담아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 다큐멘터리에는 공산주의 독재 국가에 매료된 덴마크 요리사와 스페인 상류층 북한 선전원, 마약 거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적이 있는 전직 프랑스 부대원 등이 등장한다. 브루거는 취재 전반을 지휘했다.

덴마크 요리사 역할을 한 울리히 라르센은 브루거의 도움으로 스페인 기반 친북 단체 조선친선협회(KFA)에 잠입했다. 이 단체를 통해 그는 북한 당국자들의 신뢰를 얻었고, 이른바 ‘북한 문지기’로 불리는 스페인 상류층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 KFA 설립자와 접촉에 성공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카오 데 베노스가 북한 정권에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과 접근성을 과시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영상 속에서 그는 종종 북한 군복을 입고 있다는 게 보도 내용이다.

아울러 전직 프랑스 부대원이자 마약 거래 전적이 있는 짐 라트라셰-포트러프라는 인물이 국제 무기 거래상 역할을 하며 취재에 가담한다.

이 다큐멘터리 주요 장면에는 울리히 라르센과 짐 라트라셰-포트러프가 평양 교외의 한 식당에서 북한 무기 공장 대표자들과 당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계약을 체결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계약에서 서명된 문서에는 나래무역기관 회장 ‘김룡철’이라는 인물의 서명이 담겼다. BBC는 “2020년 8월28일자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는 ‘나래무역회사’라는 곳이 제재 회피 관련 활동에 연루됐다는 내용이 담겼다”라고 지적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진위를 두고는 논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에는 짐 라트라셰-포트러프가 북한 당국자들의 닦달로 회사 이름을 지어내야 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는데, 북한 당국자들이 사전 정보 없이 허술하게 접촉을 허용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2014~2019년 유엔 북한 전문가 패널에 참여했던 휴 그리피스는 BBC에 이 다큐멘터리를 두고 “매우 신뢰할 만하다”라며 “이 필름의 요소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과 매우 일치한다”라고 평가했다.

유엔 제재로 압박을 받은 북한이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기꺼이 계약을 체결하려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리피스는 “이는 유엔 제재가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라며 “북한은 무기를 절실히 팔고 싶어 한다”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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