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완치 판정없이 퇴원 트럼프에…“제 정신 아냐, 무책임”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6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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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흘만인 5일(현지 시간) 퇴원했다. 그는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며 재선 캠페인을 곧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완치 판정을 받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퇴원을 강행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40분쯤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흰색 덴탈마스크를 쓰고 정장차림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앞에서 대기하던 SUV 차량에 탑승하기 전 “감사한다”는 짧은 한 마디와 함께 엄지를 치켜 올렸고, 잠시 멈춰 서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이어 전용 헬리콥터 ‘마린 원’을 타고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도착 직후에는 마스크를 벗고 사진촬영을 위한 거수경례 포즈를 취했다. CNN방송은 ‘북한과 비슷하다. 거대한 리얼리티쇼를 벌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트위터에 약 86초짜리 동영상을 올려 “상태가 매우 좋다. 20년 전보다 좋다”며 “이번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여러분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라. 조만간 백신이 나와 코로나19를 물리칠 것”이라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백악관 의료진은 퇴원 직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위험한 상황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퇴원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했거나 넘어섰다. 백악관에서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3회차 렘데시비르 처방을 받았으며 백악관에서 4회차 처방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의료진은 “대통령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으며 치료법은 ‘미지의 영역’에 있다.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참모진은 퇴원을 만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약하게 보이기 싫다”며 백악관 복귀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참모진은 상태가 나빠져 다시 입원하면 선거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대통령이 퇴원을 고집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며 위험성을 경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의료·보건전문가들은 비판을 쏟아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21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코로나19로 숨졌고, 하루에 3만 명 이상의 환자가 나오고 있는데도 최고급 의료 서비스를 받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럴드 슈미트 펜실베이니아대 의료윤리 보건정책학과 교수는 NYT에 “할 말이 없다. 제 정신이 아니다. 완전히 무책임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퇴원을 고수하고 강한 모습을 보이려하는 것은 최근 야당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데다, 15일 2차 TV토론을 위한 대비를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는 퇴원 직전 올린 트위터에서도 “가짜 뉴스가 가짜 여론조사만 보여준다”며 지지율 저하에 대해 초조함을 드러냈다.

다만 5일 미 주식시장의 다우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전일대비 1.7%, 2.3%씩 올랐다. 대통령의 조기 퇴원으로 행정 공백 및 대선 중도하차 가능성 우려가 줄었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통령이 곧 퇴원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이날 오후 2시부터 상승폭이 커졌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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