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관, 홍콩 공무원 만나려면 中승인 받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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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언론, 中정부 내부문건 입수
개인적 만남-온라인 모임도 대상

앞으로 미국 외교관이 홍콩에서 공무원이나 정치인 등을 만나려면 사전에 중국 외교부의 승인을 얻어야 가능하게 됐다. 홍콩에서 미국 외교관의 대외 활동을 사실상 금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중국 정부의 내부 문건에 나온 새 규정에 따르면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를 비롯해 영사관에 속한 모든 사람은 홍콩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및 교육기관 직원, 협회 직원, 정치인 등을 만나기 전 반드시 중국 외교부 홍콩주재사무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또 “공적 미팅뿐만 아니라 개인적 만남도 사전 승인 대상이며, 온라인을 통한 화상 모임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외교관과의 만남을 ‘승인제’로 운영하게 되면 기업 등 민간 영역에서도 영향을 받아 홍콩에서 미국 외교관의 대외 활동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국무부는 2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중국 외교관이 미국 고등교육기관을 방문하거나 지방 고위 관료를 만날 때 국무부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 주재 중국 외교 공관에서 50명 이상이 참석하는 문화행사를 주최할 경우에도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이 잘못된 조치를 철회하도록 하기 위해 중국은 홍콩 주재 미 총영사관 직원 등의 활동에 대등한 제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SCMP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앞서 미국이 취한 조치에 대한 보복”이라면서 “새로운 규정이 외교관의 정보 취합을 위한 만남뿐만 아니라 단순한 의견 교환까지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홍콩#미국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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