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편지를 ‘러브레터’라 한건…” 돌연 해명나선 트럼프,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8일 16시 09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과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주고받은 편지를 ‘러브레터’라고 했던 것은 비꼬는 표현이었을 뿐이라며 돌연 해명하고 나섰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독재자와 영합하는 지도자’라는 민주당의 공격이 거세지자 김 위원장과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방금 정신나간(wacko) 존 볼턴이 ‘내가 김정은에게서 받은 러브레터를 논의했다’고 이야기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하지만 나는 그것들(편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러브레터라는 표현은) 명백히 비꼬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볼턴은 심한 얼간이(jerk)”라고 비난했다.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월 A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직원이 쓴 편지를 깊은 개인적 우정의 증거로 받아들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고 김정은이 크게 웃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김 위원장에게서 받은 편지들에 대해 “아름다운 편지, 훌륭한 편지”라면서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백악관의 당국자들도 이를 ‘러브레터’라고 불렀다. 당시에도 북한과 친서 교환을 미화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백악관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이런 트윗을 올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북-미 관계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그가 독재자들과 손잡고 미국의 외교안보 이익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던 날들은 끝났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했고,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최근 그의 참전용사 조롱발언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력자의 모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트럼프의 백악관 실태를 폭로했던 책 ‘공포’의 저자 밥 우드워드는 15일 새로 내놓을 ‘격노’라는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은 25통의 친서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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