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순간, 모두가 기자(記者)였다 [청계천 옆 사진관]

송은석기자 입력 2020-08-05 15:02수정 2020-08-0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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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취재 기자 동기가 보내준 유튜브 영상에 잠이 깼습니다. 제목을 보니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영상’ 썸네일만 보고선 단순한 화재 영상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몇초 뒤 구형의 흰 구름이 순식간에 상승 기류를 타고 치솟더니 펑! 엄청난 대폭발이 발생했습니다. 영상을 찍고 있던 사람도 화면이 흔들릴 정도로 급하게 대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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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오후 지중해 연안 국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일어난 대규모 폭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해상 창고 안에는 질산암모늄 2750t이 저장돼 있었다고 합니다. 농업용 비료지만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도 사상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베이루트 사고 SNS 폭발 직후의 모습.


예전엔 이런 사고 장면들은 영상기자나 사진기자가 헬기를 타거나 급히 현장에 달려가 촬영해 보도되곤 했습니다. 지난 2001년 미국에서 발생했던 9.11 테러같은 경우는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이라 DSLR같은 전문 장비로 촬영된 자료가 많았습니다.

베이루트 사고 SNS 근처 건물들의 유리창이 충격파로 폭파된 걸 확인할 수 있다.

베이루트 사고 SNS 아비규환이 된 현장.


그러나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요즘은 이번 사건처럼 현장에 있는 시민 모두가 사진, 영상을 촬영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베이루트 사고 SNS 건물 위에서 촬영한 폐허가 된 도심의 모습.

베이루트 사고 SNS 한 가정집 CCTV에 아버지가 아들을 급하게 안고 책상 밑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가까이서는 몇 백 m앞에서, 또는 바다 위에서 몇 km 떨어진 지역에서 같은 순간의 사고 장면이 촬영돼 유튜브에 올라옵니다. 또는 가정 내에 설치된 CCTV 속에 사고 순간의 모습이 기록됩니다. 사고 순간 아들과 딸을 지키기 위해 황급히 움직이는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은 뭉클합니다. 충격파에 깨진 건물 유리창, 폐허가 된 도시, 길바닥에 널부러진 자동차 모두 사고 당사자들의 스마트폰을 통해 생생하게 기록되고 있었습니다.

베이루트 사고 SNS 아비규환이 된 현장.

베이루트 사고 SNS 건물 파편에 부서진 자동차 너머에 한 여성이 망연자실한 채 서 있다.

베이루트 사고 SNS 마트 CCTV에 포착된 사고 순간.


물론 전문적인 장비로 촬영한 영상이 더 화질도 좋고 구도도 안정되겠지만 사고 순간에 현장에 있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때로는 선정적인 무분별한 영상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산산조각이 난 사람의 사체나 피로 물든 도로가 여과 없이 노출되는 건 걸러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사고를 기록하려다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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