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맘만 먹으면 누구든 도청-수색-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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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근거해 영장 없이도 가능… 외국인까지 도청-미행 대상 포함
한국 교민사회 불안감도 커져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이 1일부터 시행되면서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도청·수색·체포할 수 있게 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한국 교민사회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보안법에 따라 경찰에게 주어진 권한이 사법부의 견제를 넘어섰다”면서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한 ‘국가안보’라는 딱지만 붙이면 사실상 모든 시민을 법망에 걸 수 있다”고 분석했다.

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국가안보에 관한 피의자에 대해서는 행정장관의 승인을 얻어 도청, 감시, 미행 등을 할 수 있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도 건물, 차량,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가능하다. 언론사 기사가 홍콩 보안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삭제도 요구할 수 있다.

또 ‘홍콩을 중국으로부터 분열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실제 1일 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 현장에서 ‘홍콩 독립’ 깃발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된 사람도 있었다. 외국인도 적용 대상이다. 영주권 없이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홍콩에서 보안법을 위반하면 처벌받는다. 심지어 외국에서 위반하는 것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 주재원 A 씨는 “이전에는 대만 독립 얘기만 안 꺼내면 됐는데, 이젠 홍콩 독립을 얘기하면 바로 체포된다고 생각하니 오싹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BBC는 이날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에서 일했던 사이먼 정(26)이 영국에 망명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보안법이 논의되기 시작한 후 나온 첫 망명 사례다. 홍콩 반중 시위 지지자이기도 한 사이먼 정은 지난해 8월 중국 선전으로 출장 갔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2주 동안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엑소더스’에 나서는 이들을 수용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영국 정부는 홍콩 시민들이 영국 시민권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미국 의회는 홍콩인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홍콩 피난처 법안을 발의했다. 대만 정부는 관련 기구를 신설해 대만 이주를 원하는 홍콩인을 돕기로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홍콩 경찰#국가보안법#도청#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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