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포럼 초청합니다” 중동 산유국들 치열한 행사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3일 2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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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중동 산유국은 국가 이미지 개선,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치열한 ‘국제포럼 개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잡은 2017년부터 매년 ‘사막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를 개최하고 있다. 경제에 방점을 둔 포럼답게 해외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7년 첫 포럼에는 홍해와 인접한 지역에 대규모 메가시티를 개발하겠다는 ‘네옴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올해 10월 말 열린 3회 포럼에는 JP모건, 씨티그룹, 블랙록자산운용, 영국 HSBC 세계적 금융사가 대거 참여했다. 아람코 기업공개(IPO)와 상장을 앞둔 시점인 만큼 이들의 참여는 관심을 끌었다. 사우디는 이들에게 수도 리야드에 건설 중인 킹압둘라금융지구(KAFD) 진출 가능성 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럼 기간에 사우디를 방문했던 국내 기업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 기업의 연구개발(R&D) 시설 유치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카타르는 2000년부터 외교안보 등을 주제로 한 ‘도하 포럼’을 매년 말에 열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수니파 맹주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 사이에 낀 ‘작은 나라’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행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14, 15일 열리는 올해 포럼의 주제도 시리아 사태, 세계 극단주의 확산 등이다.

UAE도 2008년부터 매년 초 ‘아부다비 지속가능성 주간’이란 경제 포럼을 열고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경제정책 주제들을 주로 다룬다. 최근에는 항공, 사이버보안, 에너지 등 첨단 정보기술(IT) 산업과 과학기술에 초점을 맞춘 포럼도 다수 운영하고 있다. ‘사우디 미디어 포럼’에서 만난 한 유럽 컨설팅사 관계자는 “사우디, 카타르, UAE 모두 뿌리 깊은 경쟁의식을 지니고 있다. 상당 기간 국제 대형행사 개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한국 경제인들을 포럼에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중동에서 열리는 여러 포럼에서 매년 초청받고 있다. 단순한 참가를 원하는 게 아니라 발표자나 패널로 참여해 달라고 한다”며 “그만큼 한국 경제의 위상이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리야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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