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불법 의혹 불거지자… 日 법무상 하루만에 사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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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원인 아내, 선거비용 과다… 9월 개각후 두번째 각료 낙마
野선 ‘망언’ 문부상 사퇴도 요구… 아베, 인선실패 책임론 부상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56·사진) 전 일본 법무상이 부인의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지 불과 하루 만인 31일 물러났다. 이에 곧바로 사직서를 수리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죄의 뜻을 나타냈다.

NHK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 인터넷판은 “가와이 전 법무상의 부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참의원 의원이 7월 자신의 참의원 선거 때 운동원으로 활동한 13명에게 일당으로 법정 상한액의 2배인 3만 엔(약 32만 원)을 지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가와이 전 법무상은 바로 다음 날인 31일 오전 8시경 도쿄 총리관저를 방문해 아베 총리에게 사직서를 냈다. 그는 “나와 아내 모두 전혀 몰랐지만 국민의 법무 행정에 대한 신뢰가 우려된다”며 사직 이유를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약 1시간 후인 오전 9시 5분 총리관저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가와이 전 법무상을) 임명한 것은 나다. 이런 결과에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께 깊게 사죄하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모리 마사코(森雅子) 자민당 참의원 의원을 새 법무상으로 임명했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한 지 하루 만에 담당 장관의 사퇴, 총리의 사과, 후임자 임명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지난달 25일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전 경제산업상도 지역 구민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으로 사퇴했다. 9월 11일 개각 후 두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관료 두 명이 잇따라 낙마했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정권 출범 후 아베 총리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2006∼2007년 1차 집권 때도 정치자금 문제로 상당수 각료가 줄줄이 사퇴해 큰 위기를 맞았다. 다만 이번에는 의혹이 불거진 각료들의 사직서를 곧바로 수리하고, 본인이 나서 사과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론 악화로 지도력을 상실했던 과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야당은 자민당의 실력자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 사퇴도 요구하고 있다. 하기우다 문부상은 최근 새 영어시험 도입으로 사회 불평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자신의 분수에 맞게 노력하면 된다”고 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내각 총사퇴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가와이 전 법무상 및 스가와라 전 경산상, 하기우다 문부상을 언급하며 “주요 각료 3명이 자격 미달이라는 것은 전대미문의 사태다. 내각 총사퇴에 버금간다”고 비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가와이 가쓰유키#일본 법무상#불법 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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