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진전 있었다” 트럼프와 이란 외교장관의 깜짝 발언…대화재개 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8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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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많은 진전(progress)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이란)와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밝히면서 미·이란 간 사태 해결을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에 강경발언을 쏟아내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것에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도 미국과의 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15일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들(미국)이 우리 미사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우선 미사일을 포함한 모든 무기를 중동에 판매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뒤 이란 측은 “탄도미사일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자리프 장관의 발언은 한동안 협상 가능 메시지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자리프 장관의 발언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상한선 위반 △호르무즈해협 유조선 공격 △이란의 미국 무인기(드론) 격추 등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되던 긴장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관심과 기대가 모아진다.

그러나 중동 외교가에선 실제 두 나라가 대화를 재개하고, 성과를 만드는 데는 걸림돌이 많다는 평가가 많다. 일단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관련해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그동안 하메네이는 수차례 “미국과의 협상은 없다”고 밝혀왔다. 이란으로서는 미국과 대화에 나서면 자국에서 절대적인 권한과 위상을 지니는 최고지도자의 공식 발언을 부인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은 하메네이와 그의 친위조직으로 이란 내에서는 ‘정부 위의 정부’로 여겨지는 혁명수비대(IRGC)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하메네이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인데, 이를 철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에 나서는 것 역시 명분이 약하다.

대화가 시작돼도 난관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와 달리 이란의 핵 개발은 물론이고 탄도미사일과 주변국 정치권과 민병대에 대한 영향력 행사까지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 이란은 협상 테이블에 이 이슈들을 올리는 데 부정적이다. 개발이 중단된 핵무기와 달리 탄도미사일과 지역 영향력은 사실상 완성됐고, 성과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동 외교가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 간 일부 물밑 접촉은 있을 수 있지만 정식 협상에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란은 최대한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버티면서 상황을 지켜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2015년 핵합의 수준의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재럿 블랑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시니어펠로(오바마 행정부 때 핵합의 실무자)는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오바마가 만든 것이라 핵합의를 폐기했다. 비슷한 내용이라도 ‘트럼프 합의’란 이름이 붙는다면 아마 감격해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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