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극우당에 매일 1억원씩 기부금?…“검은 돈 조사하라”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0일 1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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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당, 500파운드 이하 온라인 기부 시스템 도입
영국 선거법, 500파운드 이하 기부금은 신고 의무 없어

영국의 대표적인 극우정치인 나이절 패라지가 자신이 지난 2월 창당한 브렉시트당이 “매일 10만파운드(약 1억5000만원)의 기부금을 받고 있다”고 발언한 가운데 이들의 자금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는 23~26일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가운데 브렉시트당에 검은돈이 모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19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검은돈이 정당에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있는지 긴급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브라운 전 총리는 20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도 브렉시트당의 재정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발언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전 발표된 연설문에 따르면 그는 “패라지는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중에게 설명할 수 없고, 알릴 수 없고, 발표할 수 없다면 결국 민주주의의 가치는 치명적인 훼손을 입는다”면서 “알 수 없고, 지하에서 움직이는, 누구에게서 나와 누구에게 들어가는지 모르는 정치자금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발표한다.

브라운 전 총리는 “브렉시트당이라는 새로운 정당의 수장인 패라지는 수상한 자금 흐름을 자랑한다. 선관위는 이에 위험한 복수의, 익명의, 소액 기부자들로 검은돈을 위장하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연설문에 적었다.

실제 브렉시트당은 전자결재 시스템인 페이팔(PayPal)을 통해 500파운드 이하의 기부금을 받는 다소 독특한 정당 기부 시스템을 구축했다. 집권 보수당, 제1야당인 보수당 등이 기부자들의 개인 정보와 함께 기부금액을 공개하는 것과 매우 다른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당의 기부 방식이 유럽의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길 바라는 외국 기부자들에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패라지는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당이 하루 10만파운드의 기부금을 받고 있다”며 “매일 2000명이 브렉시트당에 기부를 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소속의 벤 브래드쇼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한 긴급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래드쇼 의원은 2016년 국민투표 당시 몇몇 기업들의 막대한 자금이 강경 브렉시트파인 패라지에 흘러갔다고 지적하며 “3년 전 검은돈으로 국민투표가 전복됐는데도 아무 처벌도 없었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영국 국립범죄수사청(NCA)도 선관위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당 대변인은 “영국은 선거법에 따라 500파운드가 넘지 않는 기부금에 대해서는 신고의 의무가 없다”면서 “외국인 기부 문제에 대해서는 허용가능한 선에서 강도 높은 견제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미안 콜린스 하원 디지털·문화·미디어위원회 위원장은 “대체 누가 이 돈을 기부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온라인 거래는 매우 쉽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 뿐이다”면서 선관위를 압박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법적으로 여전히 500파운드가 넘지 않는 기부금에 대해서는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대변인은 “브렉시트당은 모든 정당과 마찬가지로 500파운드가 넘는 기부금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 정당 기부금, 대출금, 선거 비용은 물론 연말 정산 비용을 포함한 재정 관련 정보 역시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또 “브렉시트당을 포함한 정당들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통해 이들이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강력한 시스템을 갖추고자 한다”면서 “규칙을 어겼다는 증거가 포착된다면 선관위의 시행 방침에 따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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