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 미국으로 곧 송환?…英총리 “법 위에 있는 이 없어”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12일 0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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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 미국 요청에 적극 응할 태세
어산지의 오랜 망명 생활에 英정부도 곤혹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대사관에서 7년을 머물던 고발·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영국 경찰에 체포된 가운데 그의 미국 송환 문제를 놓고 법정 싸움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법원은 미국의 범죄인 송환 요청에 대해 5월2일 기일을 열고 심리할 예정이다. 어산지는 송환에 이에 맞서 싸우겠다고 반발했다.

영국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적극 응할 태세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하원 연설에서 어산지의 체포과 관련해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환영을 표했다.

이어진 어산지 체포에 대한 정부 성명에서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장관은 “에콰도르대사관의 상황이 마침내 끝나 기쁘다”며 “어산지는 이제 공개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사법부가 고려하는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을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비드 장관은 또 “범죄인 인도과 관련한 서류는 65일 이내에 판사가 접수해야 하며, 내무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6월12일까지 어산지와 관련한 서류를 영국에 제출해야 한다.

미 법무부가 이미 어산지에 대한 공소장을 지난해 3월 서명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과정은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도 “어산지는 영웅이 아니다” “에콰도르 정부는 용기있는 결정을 내렸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헌트 장관은 “우리는 어산지의 무죄나 유죄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겠다. 이는 사법부의 몫이다”면서도 “용납할 수 없는 점이 있다면 그가 아주 오랜 시간 정의의 직면을 피해온 것이다”고 꼬집었다.

에콰도르대사관에서의 지난 7년 동안 망명 생활이 영국 정부로써는 곤혹스러웠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수년동안 어산지는 대사관을 무대로 대중들에게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종종 대사관의 작은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며 사진을 찍고 자신의 입장에 대한 성명을 낭독했다. 심지어 그의 고양이마저도 유명해졌다.

그러나 그는 영국에겐 결코 달갑지 않은 문제였다. 영국 보안 당국은 수년 동안 대사관 밖에서 그를 보호하는 경찰을 24시간 배치했다. 결국 세금 낭비 문제가 불거나오자 지난해 이를 철수하는 등 소란을 겪었다.

물론 영국 하원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는 있다.

BBC에 따르면 노동당 예비내각의 내무장관인 다이앤 애벗 의원은 “어산지가 영국에서 받게될 유일한 혐의는 보석 조건을 어겼다는 것 뿐이다. 그렇지만 어산지의 망명과 체포에서 논의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위키리크스의 고발활동이다”고 말했다.

애벗 의원은 “미국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어산지를 쫓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와 그들의 비행을 폭로했기 때문에 어산지를 쫓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어산지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어산지가 망명 관련 국제 규정을 반복해 위반했기 때문에 외교적인 보호조치를 철회했다”고 말했다.

그는 “에콰도르의 인내심에도 한계에 이르렀다”며 “다만 영국 정부에 고문이나 사형의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는 송환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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