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참견쟁이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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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수상 소감까지 비난 트윗
“원주민 죽인 사람들 인간성 회복을”… 자신을 간접 비판한 리 감독 향해
“난 흑인에게 좋은 일 많이 해” 반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자신에게 비판적인 스파이크 리 감독(사진)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감을 반박하고 나섰다.

유독 아카데미상과 인연이 없었던 리 감독은 하루 전 영화 ‘블랙클랜스맨’으로 제91회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다. 최초 수상이어서 그는 상을 받으러 나올 때 펄쩍펄쩍 뛰며 기쁨을 표했다. 리 감독은 쪽지에 적은 글을 보며 “2020년 대선이 가까워오고 있다.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간접 비판하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미국을 만든 사람들, 원주민을 죽인 사람들에게 ‘인간성을 회복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리가 쪽지를 잘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자기 나라 대통령에게 인종차별적 공격을 가하는 쪽지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미국 역사상 그 어떤 대통령보다 흑인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한 대통령”이라며 사법체계 개혁, 역사상 가장 낮은 실업률, 세금 감면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트윗으로 밝혀진 사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기 바로 전날 회담 준비 대신 TV 시청에 몰두했다는 것.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24일 오후에 약 4시간 동안 방송된 아카데미 시상식을 시청한 뒤 다음 날 정오경 출국했다.

한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시청률과 시청자 수가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지난해까지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10년 연속 시청률이 하락했지만 올해 반등했다.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올해 시상식 시청자는 지난해보다 약 12% 증가한 2960만 명이었다. 특히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18∼49세 시청률지수도 지난해 6.8에서 7.7로 올랐다.

이는 올해 시상식의 ‘다양성 추구’에 대한 호평이란 분석이 나온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8개 작품 중 수상작 ‘그린북’을 비롯해 ‘블랙팬서’ ‘블랙클랜스맨’ ‘로마’ 등 4개 영화가 모두 소수인종 및 소외계층 문제를 다뤘다. 또 당초 진행자로 내정됐던 이가 인종차별성 발언으로 사퇴한 후 ‘진행자 구인난’을 겪어 진행자 없는 시상식이 열린 것도 주효했다. 군더더기 없는 신속한 진행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트럼프#아카데미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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