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름 때문에 왕따 당한 소년, 국정연설 초대돼 ‘꾸벅꾸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6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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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정연설 13명의 화제의 인물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5일(현지 시간) 워싱턴 하원 회의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연설에 앞서 홀로 입장한 멜라니아 여사가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 사람은 11세 소년 조슈아 트럼프였다.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사는 조슈아는 이날 백악관이 초청한 13명의 ‘특별 손님’ 중 한 명. 그는 약 82분의 국정 연설이 지루했는지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아무 관계가 없는 조슈아는 단지 ‘트럼프’라는 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2년 전 초등학교에서 심하게 왕따를 당해 학교를 그만뒀다. 홈스쿨링 1년 후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가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아들의 사연을 올리면서 소년은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미 언론은 멜라니아 여사가 자신의 왕따 반대 캠페인 ‘비 베스트(Be Best)’를 홍보하기 위해 조슈아를 초청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매년 대통령 국정연설에 백악관, 상하원 의원 등이 초청하는 일반 시민들은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일종의 장치로 사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3주 전 불법 이민자에게 살해당한 제럴드 비셀 부부의 딸, 손녀, 증손녀를 초청해 국경장벽 건설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목발 탈북자’ 지성호 씨를 초청해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를 고발했다.

이날 중국에서 투옥된 대만 인권운동가 리밍처(李明哲)의 아내 리징위(李淨瑜)도 연설을 참관했다고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리밍처는 2017년 3월 마카오에서 체포돼 같은해 9월 ‘국가 전복’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미 역사상 최장기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 사태를 간신히 진정시킨 민주당 의원들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일제히 흰옷을 입고 나타났다. 흰색은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항의 표시로 입었던 색상이다. 민주당 남성 의원들은 상의에 흰색 리본을 달아 연대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새로 창출된 일자리의 58%를 여성이 채웠다”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었다는 점을 강조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환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큰 규모의 조직된 캐러밴들이 미국으로 행진하고 있다”며 이민자 이슈를 왜곡하는 발언을 했을 땐 야유를 보냈다. 이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손을 들어 의원들을 저지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월 말에 조직된 캐러밴의 상당수는 멕시코에 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과장되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빨간 넥타이가 왼쪽으로 비뚤어진 채 연설을 시작해 트위터 상에서 놀림거리가 됐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그의 임기처럼 오늘밤 트럼프 대통령의 넥타이도 삐뚤어졌다”고 지적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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