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은 못 참는 트럼프 “술 한방울도 싫어” 철저한 금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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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할 때도 콜라로 왜?
술 취한 형 싫어하는 부친 보며 성장… 알코올의존증 형은 43세에 세상떠나
“사업 욕망 크지만 술 욕망은 없다”, 유엔연설 뒤 와인잔에 콜라 건배
술 마시는 장관들 잘못하면 해고… 줄리아니 영입때 술 문제로 고민도

최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의 화제 중 하나는 와인 잔에 담긴 ‘다이어트 코크’(저칼로리 콜라)로 건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나의 행정부는 다른 거의 모든 행정부보다 더 많은 업적을 이뤄냈다”는 연설을 마친 뒤 실무 오찬에서 다이어트 코크로 건배하는 사진이 공개되자 많은 미국인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혈질에 막말을 자주 하며 왠지 술을 많이 마실 듯한 인상을 풍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술을 일절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술로 인한 비극적인 가족사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 지명자 청문회 주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금주가 화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버노 지명자를 열렬히 지지하면서도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은근히 강조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그가 상당한 ‘애주가’라는 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기자회견에서 “(청문회에서) 맥주를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캐버노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그는 술에 대해서는 완벽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고) 말해왔고, 나도 그가 완벽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캐버노 지명자에 대해 우회적으로 실망감을 나타낸 장면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술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가 시절 금빛으로 번쩍거리는 아파트에서 살며 화려한 여성편력을 자랑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술에 대해서는 엄청난 자제력을 발휘하며 금주 철칙을 지키고 있는 것에 대해 현지 언론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로는 이례적인 수준으로 자유분방하지만 매우 드물게 자기 절제를 실천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술이다”라고 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을 인용해 “술을 좋아한다고 밝힌 캐버노의 말이 대통령을 조금 실망시켰다”라고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술을 기피하는 배경으로 비극적인 가족사를 자주 언급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형 프레드는 알코올의존증에 시달리다 1981년 4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기자들에게 “세상에서 제일 잘생기고 성격 좋은 프레드라는 형이 있었는데, 술 문제가 있었다. 항상 나에게 하던 말이 ‘술은 마시지 말라’였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기 작가 그웬다 블레어는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트럼프는 술에 취한 형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아버지를 보면서 자랐다.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으려는 야심이 있던 트럼프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을 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나는 사업에 대한 욕망은 크지만 술에 대한 욕망은 없다. 술에 대한 관심도 없다”고 털어놨다고 블레어는 전했다.

○ 완전한 통제를 위해 금주

워싱턴의 상당수 정치인들은 술을 마신다. 이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술에 대한 규칙을 세워 놓고 있다. ‘사회적 음주가’와 ‘문제적 음주가’로 구분해 전자는 수용하고, 후자는 주변에 두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개인 변호사로 영입할 때 가장 고민했던 것은 ‘술 문제’였다. 트럼프의 변호사가 된 뒤 줄리아니는 거나하게 취하여 TV 인터뷰에 출연해 ‘러시아 스캔들’에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얘기들을 늘어놓는가 하면 술을 먹고 백악관 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10분 뒤부터 코를 골며 자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참고 있지만 줄리아니 변호사가 한 번 더 술로 인한 실수를 하면 곧바로 해고 통지가 날아들 것이 확실하다.

톰 프라이스 보건부 장관은 ‘오바마케어’(의료보험 개혁법안) 폐지의 주무 장관이라는 중책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의 한 술집에서 한가하게 술을 마시는 모습이 공개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당신 해고야”라는 통지를 공개적으로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엄격한 금주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2010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No alcohol, no drugs, no smoking(음주 금지, 약물 금지, 흡연 금지), 이 세 가지 규율은 우리 애들이 걷는 법을 알게 된 뒤부터 내가 계속 강조하는 말”이라고 밝혔다.

그를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들은 자신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완전한 통제’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이 금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그의 베스트셀러 저서 ‘거래의 기술’을 공저한 작가 토니 슈워츠는 WP에 “통제 불능 상태가 되기를 꺼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이 그의 금주 습관을 불러온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술에 취할 경우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두렵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술을 안 먹는 건 내 습관 중 거의 유일하게 좋은 것이다”라며 “술을 마시면 내가 얼마나 엉망이 될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세계에서 최악일 것이다”라며 자조 섞인 농담을 던졌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정미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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