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9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당시 250만 명이 넘는 인파가 그를 환영했다. 바람에 빨간색 망토를 날리며 더블린 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스스로 “일생일대의 방문”이라고 부를 만큼 감격스러워했다. 그로부터 39년이 지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현지 시간) 가톨릭 세계가정대회 참석차 더블린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아일랜드는 폴란드와 함께 유럽에서 가톨릭 신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그러나 그 가톨릭 세력이 예전만 못하다. 1979년 전 국민의 93%였던 가톨릭 신자는 2016년 78%로 떨어졌다. 매주 미사에 참석하는 국민의 비율도 80%에서 35%로 급감했다. 특히 젊은이들의 가톨릭에 대한 불신이 깊다. 1979년 6200명이 넘던 아일랜드 신부 수는 지원자가 없어 3900명으로 급락해 신부의 평균 연령이 70세에 달한다.
가톨릭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결정적인 계기는 아일랜드 전역에서 발견된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아일랜드에서 신부들의 성추행 사건이 이어졌다. 아일랜드 교회의 자체 조사 결과 870건의 성추행 혐의가 발견됐다.
때마침 최근 미국 칠레 호주에서 잇따라 신부들의 아동 성추문 스캔들이 터지면서 교황이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지난주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대배심이 70년 넘게 300명의 신부에 의해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편지를 통해 “수치스럽고 슬픈 일”이라고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979년만 해도 피임과 이혼이 불법이었던 아일랜드는 40년 사이 사회 분위기가 달라졌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다. 3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민투표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데 이어 올해 5월엔 국민투표로 낙태까지 허용했다.
교황청의 한 고위 간부는 로이터에 “이번 교황의 방문은 퍼펙트 스톰(더 이상 나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교황이 신부들의 성추문 스캔들에 어떤 반응일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교황은 이번 방문 때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학대 피해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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