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 질환 발병 땐 치료 힘들어… 증상 없을 때부터 관리해야”

  • 동아일보

윤영희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의 망막 질환과 눈 건강 관리법
손상된 망막 신경세포 재생 안돼…“노안일 뿐” 방심, 치료시기 놓쳐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약제 발전…안구에 ‘임플란트 삽입’ 치료 도입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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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교수
윤영희 교수
시력이 떨어지면 많은 이가 먼저 노안을 떠올린다. 그러나 시력 저하는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망막 질환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 같은 대표적 망막 질환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고 한번 손상된 망막 신경은 회복이 어렵다. 국내 망막·유리체 질환 치료를 선도해 온 윤영희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를 만나 망막 질환의 위험성과 치료의 핵심, 환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눈 건강관리에 대해 들었다.

―망막 질환을 평생 진료 분야로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전공의로 수련받던 198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망막 질환 진료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망막박리나 유리체출혈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시력을 잃는 모습을 흔히 봤다. 당시 세계적으로도 망막 레이저 치료나 유리체절제술 같은 치료가 막 발전하던 시기였고 이런 기술이 국내에 도입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실명 위기에 놓인 환자들을 보며 이 분야야말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고 반드시 누군가는 책임지고 매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처럼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을 오래 진료해 왔다. 망막 질환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인가.

“조기 진단과 정기검진이다. 망막 신경세포는 뇌신경과 마찬가지로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거의 불가능하다. 황반변성은 주로 노령에서 한쪽 눈부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시력 변화가 있어도 노안으로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쪽 눈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당뇨망막병증 역시 증상이 없다고 검진을 미루다가 유리체출혈이나 황반부종이 생긴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는 이미 비가역적인 손상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젊은 당뇨 환자도 늘고 있다. 망막 질환 측면에서 어떤 점을 특히 경계해야 하나.

“최근 진료 현장에서 젊은 당뇨 환자를 자주 만난다. 젊은 환자일수록 유병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고 바쁜 생활로 혈당 관리가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 비만, 고지혈증, 흡연이 동반되면 위험은 더 커진다.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로 내원했을 때 이미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유리체출혈이나 망막박리가 진행된 사례도 적지 않다. 망막 질환은 증상이 나타난 뒤 대응하는 질환이 아니라 증상이 없을 때부터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시력이 조금 떨어졌을 뿐이라며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 놓쳐서는 안 될 초기 증상은 무엇인가.

“갑자기 비문증이 심해지거나 커튼이 내려온 것처럼 시야가 가려지는 느낌은 망막박리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직선이 휘어 보이거나 중심이 흐려지는 변시증과 중심 암점은 황반 질환에서 흔하다. 시야 일부 또는 전체가 어두워지는 느낌은 당뇨망막병증이나 망막혈관 폐색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바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무봉합 최소절개 유리체절제술, 인공 망막 시술 등 새로운 치료 기법 도입에도 앞장서 왔다. 이런 변화가 환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망막 분야는 최근 수십 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무봉합 최소절개 유리체절제술은 수술 침을 크게 줄여 회복 속도를 높이고 통증과 합병증 위험을 낮췄다. 현재는 표준 치료가 됐지만 도입 초기에는 많은 저항이 있었다. 인공 망막 이식술은 경제적·기술적 한계로 현재 중단된 상태지만 치료법이 없던 환자에게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런 기술 발전은 환자의 삶의 질을 실제로 바꾸는 변화다.”

―최근 망막 질환 치료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고 들었다. 과거와 비교할 때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최근 망막 질환 치료의 발전은 치료 기술 이전에 진단 기술의 획기적인 향상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과거에는 안저 사진이나 망막단층촬영(OCT)을 위해 산동이 필요해 검사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이제는 산동 없이도 대부분의 정밀 검사가 가능해졌다. 망막혈관조영술 역시 과거에는 혈관 주사가 필수였지만 최근에는 주사 없이 시행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돼 환자 부담이 크게 줄었다. 검사 결과가 촬영 즉시 진료실로 전달되면서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진 점도 환자들이 체감하는 큰 변화다. 치료 측면에서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약제의 발전이 가장 큰 전환점이다. 과거에는 실명으로 이어졌던 황반변성이나 황반부종 환자들의 시력을 상당 부분 지킬 수 있게 됐고 당뇨망막병증 역시 레이저 치료 중심에서 약물 치료로 선택지가 확대됐다. 최근에는 특수 미세 임플란트를 안구 내에 삽입해 주사 횟수를 줄일 수 있는 치료법도 도입되면서 환자의 치료 부담이 더욱 감소하고 있다. 수술 분야의 변화도 크다. 무봉합 최소절개 유리체절제술이 도입되면서 전신마취 없이 국소마취로 수술이 가능해졌고 입원 기간이 짧아져 당일 수술과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단계적으로 시행하던 유리체망막 수술과 백내장 수술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전체 치료 기간 역시 크게 단축됐다.”

―망막 질환으로 불안을 느끼는 환자와 예비 환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망막 질환이 모두 실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질환의 종류와 단계에 따라 경과는 매우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인터넷 정보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의존하기보다 망막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 망막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시력을 지킬 수 있는 질환이다. 시력이 조금이라도 달라졌다면 그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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