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0원 때문에…유명 작가, ‘강도 살인’으로 범행 23년 만에 사형 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1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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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살인사건을 저지른 중국의 유명 작가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31일 베이징청년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저장(浙江)성 후저우(湖州)시 중급인민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작가 류융뱌오 씨(54·劉永彪)의 1심 선고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류 씨와 함께 기소된 공범 왕웨이밍 씨(65·汪維明)에게도 사형이 선고됐다.

사건은 1995년 11월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후이(安徽)성 동향인 류 씨와 왕 씨는 후저우시의 한 여관에 묵다가 금품을 훔치기 위해 같은 방을 쓰던 투숙객을 살해했다. 20여 위안(현재 한화 기준 약 3300원) 밖에 챙기지 못한 이들은 여관 주인 부부와 12살 손자까지 살해한 뒤 도주했다.

중국 공안이 강도살인사건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하면서 결국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사건 직후 신분을 최대한 숨기며 살아간 류 씨는 여러 필명을 쓰면서 시인과 소설가로 유명세를 얻었다. 많은 장편소설과 산문을 쓴 류 씨는 2013년 중국작가협회에도 가입했다. 2009년에는 ‘한 편의 영화’라는 작품으로 안후이성 최고 권위의 문학상 3등상을 받았고 2014년에 쓴 ‘행자 무송’이라는 작품은 50부작 TV드라마로 제작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공안이 DNA 검사 결과를 통해 그를 22년 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특정해 체포하면서 오랜 도피 생활은 막을 내렸다. 공범 왕 씨도 체포 당시 한 투자자문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었다. 체포 당시 류 씨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 검거 이후 류 씨는 과거 범행으로 악몽을 꾸는 날이 많았고 점점 심신이 약해졌다고 고백했다.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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