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해체할 核 얼마나 있는지부터 알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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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탄두-핵시설 정보 공개안해… 美 “깜깜이 상태로는 검증 불가능”
리비아처럼 美주도 전면사찰 원해
폼페이오 “우린 눈 부릅뜨고 있어”

“해체해야 할 게 얼마나 있는지부터 (먼저)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스크루 드라이버를 들고 회담장에 들어가서 이튿날부터 분해를 시작하는 건 불가능하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월 29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거론한 것은 미국 주도로 북한 핵탄두와 핵시설 등 폐기 대상을 철저히 확인하고 검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와 핵개발 시설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깜깜이 검증’으로는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5월 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도 ‘완전한 비핵화의 검증’에 대한 정상 간 합의가 회담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 ‘깜깜이 비핵화 검증’ 안 한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2003, 2004년 리비아 모델을 아주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며 “리비아의 프로그램이 훨씬 작았다는 차이점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리비아 모델을 근간으로 북한 비핵화 방법론을 가다듬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핵무기,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폐기를 약속한 1992년 비핵화 선언도 모델로 언급했다.

미국이 의도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황 파악이 급선무다. 북한은 현재 핵탄두 30∼50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핵탄두의 정확한 수량과 핵물질 보유량, 우라늄 광산과 우라늄 농축 시설,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등에 대한 정보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볼턴 보좌관은 “미국과 다른 사찰관들이 검증한 리비아 사례처럼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검증을 통해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것을 완전하고 총체적으로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국제기구보다 미국과 영국이 핵사찰에 나선 리비아 사례처럼 미국과 동맹국 주도의 핵사찰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북-미 정상회담, 눈 부릅뜨고 갈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양이 수용할 수 있는 비핵화 검증 시스템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볼턴 보좌관이 모델로 꼽은 리비아의 경우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다. ‘선 핵폐기, 후 관계정상화’ 모델을 따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서방의 공습 이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점은 리비아 모델 적용의 걸림돌이다. 미국과 구소련 간 핵무기 감축의 경우 수천 개의 핵무기를 줄이는 것이어서 감시가 비교적 쉬웠다.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교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했다거나 시설이 없다는 걸 검증할 수는 있어도 광산이나 핵분열 물질이 북한 어디에도 없다는 걸 검증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실재적이어야 한다”며 “김정은에게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다.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대화의 주요 의제”라며 “눈을 부릅뜨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미국의 대북 감시망도 강화되고 있다. 로버트 카딜로 미 국가지리정보국(NGA) 국장은 CNN에 “정보기관들이 백악관과 미 고위 정책 결정자들에게 (북한에 관한) 정보를 거의 매일 브리핑하고 있다”고 밝혔다. NGA는 위성과 드론, 지도 분석 등을 통해 북핵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NGA는 민간 기업을 통한 대북 감시망도 확대하고 있다. 5월 말부터 1년간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위성 이미지와 감지기 등을 이용해 비행장 탄약고 등 북한 군사시설에 대한 데이터를 파악해 달라고 지난주 요청했다는 것. 카딜로 국장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합의 이행을 감시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북미 정상회담#비핵화#볼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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