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해저 송유관 파열로 원유 대량 유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6일 03시 00분


서울면적 20% 해역 오염… 비상사태 선포
3월 31일부터 매일 20만 배럴씩… 어민 5명 숨지는등 10년래 최악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인근 해저 송유관이 파손돼 원유가 대량으로 유출되면서 주변 해역이 크게 오염됐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인도네시아환경포럼(WALHI)은 “지난 10년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환경재해 중 최악의 참사”라고 밝혔다.

유출 사고가 발생한 곳은 인도네시아령 동(東)칼리만탄주의 주도인 발릭파판 앞바다로, 이곳 해저에 있던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기업 페르타미나의 해저 송유관이 지난달 31일 파손됐다. 이 사고로 인해 매일 20만 배럴의 원유가 흘러나와 서울 면적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30km²의 해역을 오염시켰다.

일부 어민이 사고 초기 바다를 뒤덮은 석유를 태워 없애기 위해 불을 붙였다가 인근 어선과 석탄 운반선 등이 불에 휩싸이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 불로 5명이 사망했다. 항구 수백 곳이 오염됐으며 항구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호흡 곤란과 구토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발릭파판시 당국은 2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해역 인근 주민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 것을 당부했다.

주변 해양 생태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사고 지역 인근 해변에는 폐사한 갑각류와 어류들이 떼로 밀려들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인도네시아 당국은 “해저 송유관이 원래 위치에서 약 0.5m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5일 밝혔다. 범인으론 파나마 국적 중국 석탄 운반선이 지목됐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는 “중국 석탄 유조선이 내린 닻에 해저 송유관이 파괴됐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 당국은 중국 선박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형사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발릭파판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석탄 생산 지역으로 수많은 석탄 운반선이 드나든다. 해당 송유관은 발릭파판에 있는 정유시설로 원유를 수송하기 위해 1998년 설치됐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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