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궁창’ 오명 쓴 지상 낙원, 보라카이 6개월간 문닫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6일 03시 00분


필리핀 “환경정화” 26일부터 폐쇄

녹조로 뒤덮인 보라카이 필리핀의 세계적인 휴양지 보라카이섬 해변가에 초록빛의 녹조가 가득 차 있다. 특히 여름철이면 주변 건물에서 정수 처리를 하지 않은 오물이 마구 배출되면서 해변을 가득 메우는 녹조는 더욱 심해진다. 사진 출처 더데일리가디언 홈페이지
녹조로 뒤덮인 보라카이 필리핀의 세계적인 휴양지 보라카이섬 해변가에 초록빛의 녹조가 가득 차 있다. 특히 여름철이면 주변 건물에서 정수 처리를 하지 않은 오물이 마구 배출되면서 해변을 가득 메우는 녹조는 더욱 심해진다. 사진 출처 더데일리가디언 홈페이지
한국인이 사랑하는 섬, 필리핀 보라카이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다 환경 정화를 위해 26일부터 6개월간 전면 폐쇄된다.

5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관광부 등 관계부처 합동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해리 로케 대통령 대변인은 전했다. 보라카이 주민들이 대부분 관광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만큼 섬을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신속한 환경 정화를 위해 전면 폐쇄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필리핀 정부는 섬 폐쇄로 피해를 입게 될 주민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할 예정이다. 다만 5일 정부는 “보라카이가 과거의 모습을 되찾도록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정화 과정이 2개월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단서를 붙였다.

쓰레기 넘치는 피피섬 태국의 인기 휴양지인 피피섬 해변이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 각종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쓰레기 옆에 카약 보트가 놓여 있는 것으로 봐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보인다. 지난달 태국 정부는 6월부터 넉 달간 
피피섬의 마야베이 해변을 관광객에게 개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튜브 화면 캡처
쓰레기 넘치는 피피섬 태국의 인기 휴양지인 피피섬 해변이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 각종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쓰레기 옆에 카약 보트가 놓여 있는 것으로 봐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보인다. 지난달 태국 정부는 6월부터 넉 달간 피피섬의 마야베이 해변을 관광객에게 개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튜브 화면 캡처
이번 결정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보라카이섬을 ‘시궁창’이라고 지적하며 섬을 폐쇄하겠다고 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그는 올해 2월 “보라카이섬의 물속에 들어가면 똥내가 난다”고 비난했다. 지난달에는 “보라카이에 쓰레기 오염 문제로 인한 비상사태를 선언할 수도 있다”며 주민들에게 환경 정화 작업에 착수하지 않으면 섬을 닫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보라카이섬의 일부 시설들이 폐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바다에 그대로 흘려버리면서 발생한 문제다. 2월에는 한 건물이 불법 설치한 하수관에서 검은색 오물이 해변으로 흘러들어가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필리핀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5개 사업체가 하수도 시설로 폐수를 보내고 있지 않다. 몇 년 전부터 보라카이 백사장을 덮고 있는 녹조도 수질 오염 때문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보라카이섬이 10년 안에 ‘죽은 섬’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섬 폐쇄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앞으로 정부는 폐수 정화 시설을 정비하고 950여 개에 달하는 불법 구조물을 철거할 예정이다.

결국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보라카이에 난개발이 이뤄진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보라카이섬이 속해 있는 필리핀 말라이시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보라카이 관광객 1, 2위는 중국(37만52843명)과 한국(35만6644명)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은 보라카이섬 외국인 방문객 1위를 차지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에 밀려났다. 보라카이는 푸른 바다와 4km에 달하는 화이트 비치가 인기를 끌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아 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휴양지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총 관광객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태국 정부가 유명 휴양지인 피피섬의 마야베이 해변을 올 6월부터 4개월간 관광객에게 개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마야베이 해변은 할리우드 유명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한 1999년작 영화 ‘더 비치’의 촬영 장소로 유명해진 곳이다. 그러나 이 해변에 하루에도 평균 4000여 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심각한 환경 파괴를 겪고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휴양지 중 환경 파괴를 겪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동남아의 또 다른 유명 관광지 인도네시아 발리섬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초 발리섬은 ‘쓰레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청소부 700명을 투입해 약 200t에 이르는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했다. 태국은 담배꽁초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푸껫 빠똥 해변, 끄라비 프라애 해변 등 유명 해변 20곳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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