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발탁은 ‘온건파 축출’ 시그널… 매티스 국방도 잘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6일 03시 00분


볼턴 “정보누설자 있으면 외교 못해”
‘맥매스터 지우기’ 인적쇄신 예고… NYT “매티스, 볼턴과 엇박자 토로”
켈리 비서실장도 경질설 시달려… 정부 “매파와 네트워크 구축 시급”

‘슈퍼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이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내정되면서 NSC 관리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전임자인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의 색깔을 지우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충성파를 대거 포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대응과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의 현안에서 손발을 맞춰 온 한미 외교안보 채널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 “버락 오바마와 맥매스터 라인 수십 명 쳐낼 듯”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FP)는 24일(현지 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볼턴 내정자가 직원 수십 명을 쳐내고 맥매스터의 NSC를 해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볼턴 내정자의 백악관 입성을 선더볼트(벼락)에 빗대 ‘선더볼턴’으로 표현하며 미 외교안보 라인의 대대적인 변화를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는 관료, 언론에 정보를 누설한 팀원,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근무한 관료 등이 숙청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백악관 관리는 “맥매스터가 임명한 정무직을 모두 제거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 재임 중 있었던 모든 이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볼턴 내정자는 임명 직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집행부서의 난쟁이족들이 정보를 흘리기로 작정한다면 외교를 수행할 수 없다”며 인적 쇄신 필요성을 제기했다.

○ ‘선더볼턴 충격’에 한미 채널도 흔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함께 북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주도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거취도 관심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볼턴 내정자의 임명을 발표하기 직전 매티스 장관이 주변 사람들에게 ‘볼턴과 함께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경질설이 나오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역시 볼턴 임명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매파 일색인 백악관에서 오히려 매티스 장관의 권한과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매티스는 유일한 생존자”라며 “그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에 여전히 있으며 전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측 외교안보 라인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주말 내내 우선 백악관 기류 확인에 초점을 맞췄다. 미 정부 내 ‘매파 라인업’이 꾸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우선인 만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백악관 입장부터 파악하는 게 급선무란 판단에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5일 “아직 미 측 기류가 기존과 크게 다르진 않은 걸로 보인다. 이번 인사가 대북 협상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물갈이된 이번 인사가 오히려 한반도 문제 해결에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당장 미 국무부에서 ‘이제 능동적으로 일해 보자’는 목소리가 들린다”며 “미 측과의 협조가 시원시원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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