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 타임워너 인수하려면 CNN 팔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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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무부 “독점우려” 합병조건 걸어
“트럼프와 악연인 CNN에 불이익 주려는 것 아니냐” 관측
AT&T측은 “매각 계획 없다”

중국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승리 1주년인 8일 자신의 트위터에 “모든 ‘개탄스러운 사람들’과 선거인단 
득표에서 압도적인(304 대 227) 승리를 안겨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적었다. ‘개탄스러운 사람들’이란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비판할 때 사용했던 표현이다. 사진 출처 트위터
중국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승리 1주년인 8일 자신의 트위터에 “모든 ‘개탄스러운 사람들’과 선거인단 득표에서 압도적인(304 대 227) 승리를 안겨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적었다. ‘개탄스러운 사람들’이란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비판할 때 사용했던 표현이다. 사진 출처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거대 통신기업인 AT&T에 “미디어 기업인 타임워너를 인수하려면 CNN을 매각해야 한다”는 다소 특이한 합병 조건을 내걸었다. 이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악연인 CNN에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CNN이 자신을 자주 비판한 것에 불만을 품고 ‘가짜 뉴스’라고 비난해왔다.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8일 매각 협상에 관여한 복수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법무부가 AT&T 측에 CNN을 매각해야 타임워너 인수가 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AT&T는 미국 2위 통신기업이고, 타임워너는 CNN을 비롯해 TBS, HBO, 워너브러더스 등을 소유한 종합 미디어 기업이다. 법무부는 AT&T의 타임워너를 그대로 인수할 경우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 독점과 시장 경쟁 저해 등을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T&T의 타임워너 인수(845억 달러·약 95조 원) 계획은 지난해 10월 발표됐으나 이를 ‘나쁜 거래’라고 비판한 트럼프가 한 달 뒤 실시된 대선에서 당선되면서 난항을 겪어왔다. AT&T는 타임워너 인수 과정에서 CNN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어 매각 협상이 어떻게 결론 날지 주목된다.

미디어업계에선 CNN에 대한 트럼프의 반감이 워낙 커 법무부가 지금과 같은 강경한 방침을 바꾸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T&T 입장에서도 브랜드 인지도와 영향력에서 압도적인 CNN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한편 중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당선 1주년을 맞이해 자신의 트위터에 축하 메시지를 올리며 대선 경쟁자였던 클린턴을 비꼬아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개탄스러운(Deplorables) 사람들’과 선거인단 득표에서 압도적(304 대 227) 승리를 안겨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적었다. ‘개탄스러운 사람들’이란 클린턴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비판할 때 사용했던 표현이다. 클린턴은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성소수자 기부 행사 때 “트럼프를 지지하는 절반을 개탄스러운 집단(Basket of deplorables)으로 부를 수 있다. 이들은 인종과 성 차별을 하고 동성애, 외국인 이슬람 혐오 성향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당시 이 발언은 트럼프 지지층을 단결시켜 클린턴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당선 1주년을 맞이한 상황에도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CNN이 2∼5일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6%로 한 달 전에 비해 1%포인트 떨어졌다.

CNN이 1월 취임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때 지지율(44%)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4%는 ‘트럼프가 대통령이라는 게 자랑스럽지 않다’고 밝혔고, 국정 수행 지지 여부에 대해서도 58%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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