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사드는 도살자… 잔인한 시리아 내전 끝낼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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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 공습 아닌 적극적 역할 시사… “러와 전혀 잘 지내지 못해” 강한 불만
나토 비판하던 입장 180도 바꿔… 사무총장 만나 “한물간 조직 아니다”
고립주의서 동맹 중시로 정책 선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존 안보 정책들이 모두 뒤바뀌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불(不)개입, 고립주의를 표방했던 안보 정책이 동맹을 중시하는 기조로 유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나는 나토가 한물간 조직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나토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방어벽”이라고 치켜세웠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180도로 말을 바꾼 여러 안보 정책 중 단연 압권”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나토를 향해 ‘너무 오래된 조직’ ‘미국만 비용을 내는 조직’ 등의 비판을 쏟아내며 깎아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더타임스와 독일 언론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나토는 한물갔다. 왜냐하면 테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 게 불과 3개월 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이 바뀐 이유에 대해 “그들은 바뀌었다. 이제 그들은 테러를 위해 싸운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변덕스러운 게 아니라 나토가 변화했기에 평가가 달라졌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해외 일정으로 다음 달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택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나토는 10년 넘게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편에서 싸우고 있고, 탈레반을 비롯한 테러 그룹과도 계속 전쟁을 치러 왔다”며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해 7월 나토는 테러 정보와 보안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테러를 다뤄 왔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CNN에 출연해 “나토 회원국들이 예전보다 재정적인 기여를 더 많이 하고 있다. 그것이 나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었다”고 거들었다.

나토뿐만 아니라 시리아와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180도 바뀌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트럼프가 ‘목이 부러질 정도의 속도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전할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도살자’로 규정하며 “이제는 잔인한 시리아 내전을 끝내고 테러리스트를 물리치고, 피란민들이 집으로 돌아가도록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주 시리아 공습이 일회성이 아니며 내전 종식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2013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시리아 공습을 검토했을 때 트럼프는 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어리석다’고 조롱하며 공습하지 말라고 수차례 트윗을 올렸었다. 그러나 이처럼 시리아 공습에 반대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을 응징하는 차원에서 지난주 공습 결정을 내릴 때에는 “나는 우리가 옳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데 의심이 없다”고 공습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이달 4일 반군 장악지역 주택가에 사린가스 폭탄을 투하해 어린이를 포함해 87명이 숨졌다.

금방이라도 경제제재를 해제해줄 것처럼 친근감을 표시했던 러시아와는 급속도로 멀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지금 우리는 러시아와 전혀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와 러시아의 관계가 항상 이렇게 낮은 단계에 머물지도 모른다”고 강하게 말했다.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계획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에 대해선 “확실히 러시아가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두 나라의 신뢰 수준이 낮다”고 시인했다. 틸러슨 장관이 이번 러시아 방문의 목표인 아사드 축출에 대한 러시아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러시아와의 갈등은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갔다.

한편 시리아 정부는 13일 성명을 내고 미군 주도의 연합군이 전날 동부 데이르에즈조르에 있는 이슬람국가(IS)의 화학무기 저장시설을 공습해 민간인 등 수백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번 공습으로 화학무기가 외부에 유출되면서 다수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면서 “IS와 같은 테러 집단도 화학무기를 갖고 있으며, 반군들도 시민과 정부군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일방적 발표의 진위는 검증되지 않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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